딥다이브 목록
판례분석2026년 3월 27일판례 분석팀

횡령한 직원을 해고했는데, 법원에서 뒤집혔다 - 금액이 아니라 '형평성'이 문제였다

횡령 징계해고, 금액이 아니라 형평성과 태도가 승패를 가른다

지하철 역무원이 폐카드를 부정 환급받아 약 90만 원을 횡령했다. 회사는 파면 처분을 내렸다. 횡령이니 당연히 해고가 정당할 것 같은데, 법원은 이 해고를 무효라고 선언했다. 같은 짓을 한 직원 111명 중 5명만 파면하고, 나머지에게는 감봉이나 견책을 줬기 때문이다. 반면, 버스 운전기사가 승객의 분실물 가방 하나를 가져간 사건에서는 해고가 그대로 유지됐다. 금전적 가치만 놓고 보면 역무원 사건이 훨씬 큰데, 왜 결과는 정반대였을까. 사건 1. 지하철 역무원의 폐카드 부정환급 - 해고 무효 서울메트로 소속 역무원 A씨는 1997년 입사해 약 15년간 성실히 근무한 직원이었다. 2011년부터 B역에서 1회용 교통카드 발매기를 담당하던 A씨는, 발매기 안에 남아 있는 폐카드 중 승하차 정보가 남아 있는 카드를 환급기에 넣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횡령#징계해고#부당해고#형평성#징계양정

지하철 역무원이 폐카드를 부정 환급받아 약 90만 원을 횡령했다. 회사는 파면 처분을 내렸다. 횡령이니 당연히 해고가 정당할 것 같은데, 법원은 이 해고를 무효라고 선언했다. 같은 짓을 한 직원 111명 중 5명만 파면하고, 나머지에게는 감봉이나 견책을 줬기 때문이다.

반면, 버스 운전기사가 승객의 분실물 가방 하나를 가져간 사건에서는 해고가 그대로 유지됐다. 금전적 가치만 놓고 보면 역무원 사건이 훨씬 큰데, 왜 결과는 정반대였을까.

사건 1. 지하철 역무원의 폐카드 부정환급 - 해고 무효

서울메트로 소속 역무원 A씨는 1997년 입사해 약 15년간 성실히 근무한 직원이었다. 2011년부터 B역에서 1회용 교통카드 발매기를 담당하던 A씨는, 발매기 안에 남아 있는 폐카드 중 승하차 정보가 남아 있는 카드를 환급기에 넣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회사 감사실은 A씨의 부정환급액을 약 430만 원(8,616회)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달랐다. 검찰은 90만 6,000원만 횡령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사건은 종결됐다.

문제는 회사의 대응이었다. 서울특별시가 제시한 징계 기준은 명확했다. 부정환급액 100만 원 미만은 감봉, 100만 원 이상은 파면. 같은 부정환급 행위를 한 직원은 총 111명. 회사는 이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직원에게 감봉이나 견책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A씨를 포함한 5명만 파면했다.

A씨의 확정된 횡령액은 90만 6,000원. 100만 원 미만이다. 기준대로라면 감봉이 맞다. 법원은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18. 선고 2015가합537955 판결은 이렇게 판단했다. "징계해고가 징계대상자들 사이에서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이루어진 경우, 이는 징계권이 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가 스스로 세운 기준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A씨는 복직과 함께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월 약 380만 원)을 받게 됐다.

사건 2. 버스 운전기사의 분실물 횡령 - 해고 유효

비슷한 시기, 수원의 한 버스 회사에서는 운전기사 두 명이 승객의 분실물을 가져간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기사 홍씨는 2016년 6월 3일 새벽, 영업소에 보관 중이던 승객의 가방을 상의 안쪽에 넣어 몰래 가져갔다. 가방은 불과 이틀 전에 분실된 것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으로 사실이 드러났을 때, 홍씨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은폐하려 했다.

운전기사 박씨는 같은 해 8월, 버스 운행을 마친 후 요금통과 함께 승객의 쇼핑백을 들고 입금실에 들어갔다가 쇼핑백만 들고 나와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실었다. "다음 날 신고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내용물이 궁금해서 집에 놔뒀다"는 진술과 모순됐다.

회사는 두 사람 모두를 징계해고했다. 수원지방법원 2017. 7. 7. 선고 2016가합80331 판결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핵심 근거는 세 가지였다.

  • 운송사업이라는 업종 특성상 승객의 물건에 대한 신뢰가 핵심적인 가치다
  • 비위행위 후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은폐하거나 변명에 급급했다
  • 금액의 다과를 떠나, 점유이탈물 횡령은 기업 질서와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두 운전기사는 노동조합 갈등에 따른 보복 해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3. 학교 행정실장의 퇴직금 횡령 - 해고 유효

한 가지 사례를 더 보자. 광주의 한 학교 행정실장 C씨는 2010년부터 근무하면서 자신의 퇴직금 중간정산 업무를 직접 처리했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어 중간정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세 차례에 걸쳐 합계 1,550만 원의 퇴직금을 중간정산받았다.

광주지방법원 2018. 9. 20. 선고 2018가합116 판결은 C씨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직무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 행위는 고용관계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저버린 것"이라는 이유였다. C씨가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이라는 점, 규정을 몰랐다는 주장 모두 해고의 정당성을 뒤집지 못했다.

이긴 사건과 진 사건, 무엇이 달랐나

세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패턴이 보인다.

해고가 뒤집힌 역무원 사건의 핵심은 '형평성'이었다. 같은 행위를 한 111명 중 대부분에게는 가벼운 처분을 하고, 특정인만 파면한 것이 문제였다. 회사가 정한 기준(100만 원)에도 미달하는 금액이었다. 15년간 무징계 근무 이력도 고려됐다.

해고가 유지된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 비위행위 후 태도가 나빴다 - 은폐 시도, 모순된 변명, 고의성 부인
  • 직무와 직결된 신뢰 위반이었다 - 승객 물건을 다루는 운전기사, 돈을 관리하는 행정실장
  • 동일 행위자에 대한 차별적 처분이 없었다 -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횡령을 이유로 징계해고를 검토하고 있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 동일 비위에 대한 처분 일관성 확인: 같은 행위를 한 다른 직원에게 어떤 처분을 했는지 반드시 비교한다. 한 사람만 중징계하면 형평성 위반으로 뒤집힐 수 있다
  • 횡령 금액의 객관적 확정: 내부 감사 결과와 수사기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확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 자체 징계기준과의 정합성: 회사가 정한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먼저 따라야 한다. 기준을 넘어서는 처분은 징계권 남용이 된다
  • 비위 후 태도 기록: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지, 은폐하거나 변명하는지가 양정 판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 근속연수와 과거 징계 이력: 장기근속자에게 최초 비위로 바로 파면하면 과도하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
  • 직무 관련성: 횡령 행위가 해당 직원의 직무와 직접 관련된 경우(돈을 다루는 직책 등) 해고의 정당성이 더 강하게 인정된다

한 줄 정리: 횡령은 중대한 비위지만, '누구는 감봉이고 누구는 파면'이면 법원에서 뒤집힌다. 징계의 칼날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반드시 공평해야 한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