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3개월, 본채용 거부했다가 뒤통수 맞은 회사들
같은 수습 해고인데 왜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질까
수습기간 3개월. 회사 입장에서는 "맞는 사람인지 보겠다"는 안전장치다. 그런데 수습 끝나고 "본채용 불합격"을 통보했더니,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떨어졌다. 회사는 당황한다. "수습이면 원래 쉽게 자를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많은 회사가 이 착각에 빠진다. 수습이라고 해고가 자유로운 건 아니다. 대법원은 "수습 해고는 일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된다"고 했지, "자유롭다"고 한 적은 없다. 이 미묘한 차이가 소송의 승패를 가른다. --- 1심에서 뒤집히고, 항소심에서 또 뒤집힌 사건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던 A씨 이야기다. A씨는 영업관리팀에 수습직으로 입사했다. 문제는 1세, 6세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이 문을 열기 전인 새벽 6시 출근(초번 근무)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공휴일 근무도 마찬가지였다.
수습기간 3개월. 회사 입장에서는 "맞는 사람인지 보겠다"는 안전장치다. 그런데 수습 끝나고 "본채용 불합격"을 통보했더니, 노동위원회에서 <strong>부당해고</strong> 판정이 떨어졌다. 회사는 당황한다. "수습이면 원래 쉽게 자를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많은 회사가 이 착각에 빠진다. 수습이라고 해고가 자유로운 건 아니다. 대법원은 "수습 해고는 일반 해고보다 <strong>넓게</strong> 인정된다"고 했지, "자유롭다"고 한 적은 없다. 이 미묘한 차이가 소송의 승패를 가른다.
<h3>1심에서 뒤집히고, 항소심에서 또 뒤집힌 사건</h3>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던 A씨 이야기다. A씨는 영업관리팀에 수습직으로 입사했다. 문제는 1세, 6세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이 문을 열기 전인 새벽 6시 출근(초번 근무)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공휴일 근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A씨는 공휴일 여러 차례와 초번 근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회사는 수습평가에서 <strong>근태 항목 50점 감점</strong>을 매겨 70점 미만으로 본채용을 거부했다.
<strong>1심 서울행정법원(2018구합50376)</strong>은 A씨 손을 들어줬다. 판결의 핵심은 이랬다.
"회사가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형식적으로 규정만 적용했다. 근태 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었으므로, 본채용 거부는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strong>항소심 서울고등법원(2019누41456)</strong>에서 결론이 완전히 뒤집혔다. 고등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공휴일 근무와 초번 근무는 도로 요금 관리 직무의 특성상 필수 업무다. 회사가 초번 근무 시 외출을 허용하는 등 나름의 배려를 했음에도, 근로자가 정당한 절차 없이 거부했다. 근무시간 준수는 근로의 본질적 의무로서, 근태 항목 비중이 높다고 해서 불합리하다 볼 수 없다."
같은 사실관계, 같은 증거. 그런데 1심은 "회사 잘못", 항소심은 "근로자 잘못"이 됐다. 무엇이 판단을 갈랐을까.
<h3>2개월 만에 잘린 안전관리자</h3>
또 다른 사건을 보자. 토공사업 회사에 안전관리자로 입사한 B씨(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7993). 3개월 수습기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회사는 <strong>2개월 만에</strong> "업무능력, 태도, 기타 실적 등을 고려할 때 본채용 불합격"이라고 통보했다.
법원은 회사의 본채용 거부를 <strong>부당해고</strong>로 판단했다. 이유가 두 가지였다.
<strong>첫째, 서면통지의 구체성 부족.</strong> 회사는 "업무능력과 태도 등을 고려"했다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부족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2015두48136)은 이미 "시용기간 만료로 해고한다"는 수준의 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근로자가 자기 방어를 할 수 있을 만큼 <strong>구체적이고 실질적인</strong> 사유를 적어야 한다.
<strong>둘째, 평가자의 부적격.</strong> 평가를 담당한 상급자들이 B씨와 실제 함께 근무한 기간이 최소 이틀에서 한 달에 불과했다. 3개월 수습기간 중 2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그것도 며칠밖에 같이 일하지 않은 사람이 "업무능력 부족"을 판단한다? 법원은 이런 평가에 신뢰를 두지 않았다.
<h3>대법원이 일찌감치 경고한 것</h3>
사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수습 해고의 함정을 경고해왔다. <strong>대법원 2002다62432 판결</strong>에서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수습 직원을 탈락시킨 회사에 제동을 걸었다.
회사는 지점별로 C등급, D등급 해당자 수를 <strong>할당</strong>해놓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수습 직원의 본채용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평정표만으로는 업무수행능력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부족했는지 알 수 없다"며 본채용 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단순했다. <strong>"왜 이 사람이 부적격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아무리 수습이라도 자를 수 없다.</strong>
<h3>승패를 가른 3가지 핵심</h3>
이긴 사건과 진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패턴이 보인다.
<strong>1. 서면통지에 "구체적 사유"를 적었는가</strong>
"수습기간 만료로 해고" -- 이건 사유가 아니다. "OO 업무에서 OO 기준 미달, 구체적으로 OO 건에서 OO한 문제 발생" 수준이어야 한다. 대법원 2015두48136 판결 이후, 이건 선택이 아니라 <strong>필수</strong>다.
<strong>2. 평가기준이 사전에 마련되어 있었는가</strong>
수습 직원에게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미리 알렸는가. 알리지 않은 평가는 "사후적 변명"으로 취급된다. 고속도로 요금소 사건에서 항소심이 회사 손을 들어준 것도, 수습평가 기준(근태 배점 포함)이 <strong>사전에 정해져 있었기 때문</strong>이다.
<strong>3. 개선 기회를 주었는가</strong>
수습기간은 "관찰"만의 기간이 아니다. 부족한 점이 보이면 알려주고, 고칠 기회를 줘야 한다. 토공사업 B씨 사건에서 법원이 특히 문제 삼은 것도, 3개월 중 2개월 시점에서 아무런 피드백 없이 곧바로 "불합격"을 통보한 점이었다.
<h3>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h3>
수습 해고(본채용 거부)를 검토하고 있다면, 아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ul> <li><strong>수습평가 기준표</strong>가 입사 시점에 서면으로 교부되었는가</li> <li>평가 항목과 배점이 <strong>구체적으로 세분화</strong>되어 있는가</li> <li>평가자가 해당 직원과 <strong>실제 함께 근무한</strong> 사람인가</li> <li>수습 중 <strong>중간 피드백</strong>(면담, 개선 요구)을 했는가</li> <li>본채용 거부 서면에 <strong>"무엇이, 왜, 얼마나 부족했는지"</strong>가 적혀 있는가</li> <li>해고 서면에 <strong>해고 시기</strong>까지 명시했는가 (근로기준법 제27조)</li> </ul>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수습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부당해고 판정으로 돌아온다.<strong>한 줄 정리: 수습 해고가 일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된다는 말은, '쉽게' 인정된다는 뜻이 아니다. 구체적 기준, 사전 고지, 개선 기회 --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수습이든 정규직이든 결과는 같다.</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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