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최저임금 심의 착수 — '도급제 별도 최저임금' 논의가 뜻하는 것
배달라이더 시급 7,864원의 현실, 30년 묵은 조항이 처음 깨어난다
고용노동부가 2027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서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에 근거한 '도급제 별도 최저임금' 도입 여부를 공식 안건에 올렸습니다.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건당 수수료 노동자의 실질 시급이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이 배경이며, 도입 시 플랫폼 기업 수수료 구조와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파급이 예상됩니다.
배달라이더의 실질 시급이 7,864원이라는 통계가 나온 지 1년.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최저임금위원회에 '도급제 근로자 별도 최저임금'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027년 최저임금 심의가 단순한 숫자 싸움을 넘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짚어봅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8조에 따라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이 요청을 해야 하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접수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의를 마쳐야 합니다. 통상 7월 초 결정이 나옵니다.
올해 심의가 특별한 것은 단순히 '얼마를 올리느냐'를 넘어선 의제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노동부는 심의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공식 안건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현재 최저임금, 어디까지 왔나
2026년 현재 적용 중인 최저임금은 시간당 10,320원(월 209시간 기준 월 2,156,880원)입니다. 지난해 10,030원에서 2.9%(290원) 올랐죠. 주목할 점은 이 결정이 2008년 이후 17년 만의 노사 합의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 2022년: 9,160원 (5.1% 인상)
- 2023년: 9,620원 (5.0% 인상)
- 2024년: 9,860원 (2.5% 인상)
- 2025년: 10,030원 (1.7% 인상)
- 2026년: 10,320원 (2.9% 인상)
2018년 16.4% 급등 이후 인상폭이 점차 둔화되다가, 올해 소폭 반등한 모양새입니다. 2027년 심의에서는 이 인상률 자체보다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적용 범위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도급제 별도 최저임금, 왜 지금인가
현행 최저임금은 시간급 중심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주 40시간, 월 209시간 일하면 최소한 얼마를 받아야 한다는 구조죠. 그런데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 보험설계사처럼 건당 수수료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구조가 맞지 않습니다. 근무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할지도 논란입니다.
법적 근거는 사실 이미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임금이 정해진 경우, 시간급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별도의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행령에서는 "해당 근로자의 생산고(생산 실적) 또는 업적의 일정 단위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한다"고 구체화하고 있죠.
문제는 이 조항이 제정 이후 한 번도 활용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노동부가 이를 공식 안건으로 올린 것은 사실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힙니다.
실질 시급의 충격적 현실
도급제 노동자의 실질 시급은 충격적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달라이더는 7,864원, 대리운전은 8,310원, 디지털 라벨러는 7,416원,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8,749원으로 — 모두 현행 최저임금(10,320원)에 한참 못 미칩니다.
현재는 사후 보전 방식(일한 뒤 최저임금 미달분을 추가 지급)이 원칙이지만, 실무에서는 사업주가 쉽게 회피하고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번 심의가 실무에 미칠 영향은 광범위합니다. 미리 체크해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 도급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 — 택배, 물류, 배달 플랫폼, 보험, 방문판매 등 업종이라면 별도 최저임금이 도입될 경우 건당 수수료 단가 재산정이 불가피합니다. 택배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을 평균 처리 물량으로 나눠 '건당 최저 수수료'를 산출하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 플랫폼 기업의 사업 모델 — 다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사업자(위탁계약자)는 적용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까지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다시 쟁점화될 수 있습니다.
- 자영업·외식업 사업주 — 연간 폐업자가 100만 명을 넘긴 상황에서, 음식업 폐업률은 19.4%에 달합니다. 주휴수당 포함 실질 시급이 이미 12,000원대인 현실에서 추가 인상은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경영계는 도급제 확대 적용이 자영업 생태계 전체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 인사·급여 담당자 — 7월 결정이 나오면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별도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급여 시스템에서 도급제 근로자를 분리 관리해야 하고, 건당 수수료 방식의 최저 보수 기준을 새로 설정해야 합니다.
세 가지 시나리오
2027년 최저임금 심의의 향방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도급제 별도 최저임금이 실제 도입되는 경우. 택배·물류·배달 업종부터 시범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이 경우 건당 최저 수수료라는 새로운 임금 기준이 생기면서,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구조 전반에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둘째, 논의만 하고 결론을 다음 해로 넘기는 경우.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이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노사 간 이견이 크고, 도급 노동의 범위 획정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시간급 인상률 논쟁에 묻히는 경우. 경영계가 동결이나 소폭 인상을 주장하고, 노동계가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도급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어느 방향이든, 2027년 최저임금 심의는 '최저임금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 단위로 일하지 않는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에, 시간급 중심의 최저임금 체계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는지. 올여름 최저임금위원회의 답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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