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2026년 3월 26일위너스 에디터
🎯 통상임금, 11년 만에 판이 바뀌었다 — '고정성' 폐기 이후 실무는 어떻게 달라지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개정 지침이 바꿔놓은 임금 산정의 새 기준
매달 받는 급여명세서를 꼼꼼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기본급, 식대, 직무수당,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 항목이 꽤 많다. 그런데 이 가운데 어디까지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퇴직금이 모두 달라진다. 지금까지 많은 사업장에서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주는 상여금이니까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처리해왔다면, 이제 그 관행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법은 뭐라고 하나 통상임금의 법적 정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 있다.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 통상임금이다.
#통상임금#고정성 폐기#대법원 전원합의체#정기상여금#임금체계#근로기준법
<p>매달 받는 급여명세서를 꼼꼼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기본급, 식대, 직무수당,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 항목이 꽤 많다. 그런데 이 가운데 어디까지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퇴직금이 모두 달라진다. 지금까지 많은 사업장에서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주는 상여금이니까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처리해왔다면, 이제 그 관행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p>
<h2>법은 뭐라고 하나</h2>
<p>통상임금의 법적 정의는 <strong>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strong>에 있다.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 통상임금이다.</p>
<p>이 통상임금이 왜 중요한지는 <strong>근로기준법 제56조</strong>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야간근로(오후 10시~오전 6시)에도 50% 이상을, 휴일근로 8시간 이내에 대해서는 50%, 8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100%를 각각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 즉, 통상임금의 크기가 곧 각종 법정수당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p>
<p>문제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이후 11년간 유지되어 온 <strong>'고정성'</strong>이라는 요건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되려면 "소정근로의 대가"이면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고정적'이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strong>그 지급 여부와 액수가 사전에 확정</strong>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p>
<p>이 기준 때문에 "분기 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나, "월 15일 이상 근무한 자에게만 지급"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빠졌다. 수많은 사업장이 이 논리에 따라 임금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해왔다.</p>
<h2>대법원은 왜 판을 뒤집었나</h2>
<p>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strong>2020다247190(현대해상 사건)</strong>과 <strong>2023다302838(현대자동차 사건)</strong> 두 건의 판결을 통해 11년 된 법리를 <strong>전원일치 의견</strong>으로 변경했다.</p>
<p>핵심은 이것이다.</p>
<p><strong>"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strong></p>
<p>대법원은 '고정성'이라는 개념이 <strong>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strong>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정기적', '일률적'만 언급할 뿐 '고정적'이라는 문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3년 판결이 법문에 없는 요건을 만들어낸 셈이었고, 이번에 그것을 바로잡은 것이다.</p>
<p>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해상 사건에서는 <strong>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strong>(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이, 현대자동차 사건에서는 <strong>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strong>(지급주기가 2개월, 6개월, 1년이고 월 15일 이상 근무 조건)이 각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다.</p>
<h2>소급효 제한 — 가장 실무적인 쟁점</h2>
<p>판례가 바뀌었으니 과거에 덜 받은 수당도 소급해서 청구할 수 있을까? 여기서 대법원은 중요한 제한을 두었다.</p>
<p><strong>"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2024. 12. 19.)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strong></p>
<p>2024년 12월 18일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판결 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병행사건)을 제외하고는 <strong>종래 법리에 따라 산정</strong>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믿고 오랜 기간 안정적 노사관계를 유지해 온 사업장에 대해 소급 적용을 전면적으로 관철하는 것이 반드시 실질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p>
<p>2013년 판결에서 활용되었던 <strong>'신의칙'에 의한 청구 제한</strong> 법리와는 다른 접근이다. 이번에는 신의칙이 아니라, 판례변경의 소급효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p>
<h2>고용노동부 개정 지침이 말하는 것</h2>
<p>대법원 판결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는 2025년 2월 6일 <strong>「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strong>을 11년 만에 개정했다. 2014년 지침을 전면 대체하는 이 개정 지침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p>
<ul>
<li><strong>명칭이 아닌 실질 기준 판단</strong> — 임금 항목의 이름이 '상여금'이든 '수당'이든, 실질적으로 소정근로의 대가인지를 따져야 한다.</li>
<li><strong>소정근로 대가성</strong> —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한 근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 대해 얼마를 지급하기로 정했는지를 기준으로 전체적으로 판단한다.</li>
<li><strong>정기성</strong> — 지급 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분기별, 반기별, 연간 상여금도 정기성을 충족할 수 있다.</li>
<li><strong>일률성</strong> —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면 일률성을 갖추며, 여기서 '일정한 조건'에는 자격, 면허뿐 아니라 <strong>근속기간</strong>도 포함된다.</li>
</ul>
<h2>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h2>
<h3>1. 임금대장 전수 점검이 필요하다</h3>
<p>그동안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왔던 항목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하계(동계)상여금, 근속수당, 자격수당 등이 새로운 기준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재직조건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strong>기업 전체로 약 6조 원대의 인건비 부담 증가</strong>를 추산한 바 있다.</p>
<h3>2.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재산정</h3>
<p>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산출되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이 모두 인상된다. 교대근무나 연장근로가 많은 제조업, 물류업, 의료업 등은 영향이 특히 크다.</p>
<h3>3. 연차미사용수당과 퇴직금도 달라진다</h3>
<p>연차미사용수당은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다(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통상임금이 높아지면 연차미사용수당도 오르고, 이것이 평균임금 산정에 반영되면 퇴직금 역시 증가한다. 연쇄적 파급 효과를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한다.</p>
<h3>4. 2024년 12월 19일이 기준선이다</h3>
<p>소급효가 제한된다는 점은 사용자 측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strong>2024년 12월 19일 이후에 제공된 근로</strong>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리가 적용된다. 즉, 지금 이 시점에서 여전히 종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하고 있다면 미지급 임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금체계 개편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업장은 시급히 점검해야 한다.</p>
<h3>5. 단체협약·취업규칙 변경 협의</h3>
<p>고용노동부 개정 지침은 노사 간담회 및 설명회 개최,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변경을 위한 노사협의 지도, 임금체계 개편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인건비 총액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장은 기본급 구조조정이나 포괄임금제 재설계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이 발생한다면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strong>근로자 과반수 동의</strong>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p>
<h2>핵심 정리</h2>
<p>11년간 통상임금의 범위를 좁혀왔던 '고정성' 요건이 사라졌다.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면 — 재직조건이 붙어 있든, 근무일수 조건이 붙어 있든 — 통상임금이다. 대법원은 소급효를 2024년 12월 19일 이후로 제한했지만, 그 이후의 임금 산정은 당장 새 기준을 따라야 한다. 임금대장을 다시 펴고, 각 항목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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