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 창사 15년 만의 파업 위기 — 세포가 죽으면, 수조 원이 사라진다
95% 찬성으로 파업 가결, CDMO 세계 1위의 첫 노사 충돌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을 흔든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반도체 팹과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단백질을 정제하는 이 공정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아야 한다. 배양 탱크의 온도가 몇 시간만 벗어나도 세포는 사멸하고, 생산 중인 의약품은 전량 폐기된다. 그 피해는 수조 원 단위다. 그런데 지금, CDMO(위탁의약품개발생산) 세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조합이 5월 1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찬성률 95.52%. 창사 15년 만에 처음이다.
24시간이 멈추면, 세포가 죽는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반도체 팹과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단백질을 정제하는 이 공정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아야 한다. 배양 탱크의 온도가 몇 시간만 벗어나도 세포는 사멸하고, 생산 중인 의약품은 전량 폐기된다. 그 피해는 수조 원 단위다.
그런데 지금, CDMO(위탁의약품개발생산) 세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조합이 5월 1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찬성률 95.52%. 창사 15년 만에 처음이다.
13차례 교섭, 그리고 결렬
2025년 12월 23일부터 2026년 3월 13일까지 진행된 임금·단체협약 교섭은 13차례 만에 결렬됐다. 이후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에 따른 쟁의 전 필수 절차)마저 실패했다.
쟁점은 선명하다.
- 임금 인상률 — 노조 요구 평균 14.3%, 사측 제안 총 6.2%(기본급 4.1% + 성과급 2.1%). 격차가 8%포인트 이상이다.
- 격려금 — 노조는 1인당 3,000만 원, 사측은 200% 성과급 + 교대수당 확대를 제시했다.
- 성과급 배당 —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고, 사측은 10% 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20%를 내놨다.
- 인사·경영권 — 노조가 채용·승진·징계·배치전환에 대한 노사 사전합의권, 나아가 분할·합병·양도 시 노사 합의 없으면 효력 불인정까지 요구하면서 사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2024년에는 5.3% 인상에 원만하게 합의했던 양측이다. 1년 만에 요구 수준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파업 찬반투표 — 압도적 숫자가 말하는 것
3월 29일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 선거인 3,678명 중 3,508명이 투표해 투표율 95.38%, 찬성률 95.52%(3,351표)를 기록했다. 조합원 수 3,689명은 전체 임직원의 약 75%에 달한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파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95%라는 숫자는 법적 요건을 훌쩍 넘어, 조합원 전체의 압도적 의사 표현이라는 뜻이다.
더 눈에 띄는 건 맥락이다. 삼성바이오 노조는 2023년 5월에야 설립됐다.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 중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노조로, 설립 1년 10개월 만인 2024년 10월 과반수 노조를 달성했다. 무노조 경영 12년 → 노조 설립 → 과반수 → 파업 가결까지 불과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사측의 대응 — 가처분이라는 법적 카드
삼성바이오는 4월 1일, 인천지방법원에 '일부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모든 파업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배양·정제 등 생산에 필수적인 공정에 한정해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구다.
법적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다. 이 조항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바이오의약품 배양 공정에서 세포 사멸은 곧 원료의 '변질'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는 이를 "헌법상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제1항)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시도"라고 반박하며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별도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예고한 상태다.
왜 이 파업이 바이오 업계 전체의 문제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5년 CDMO 수주액은 5조 5,000억 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체의약품 생산을 위탁하는 핵심 거점이다.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세 가지 충격파가 예상된다.
- 직접 손실 — 배양 중인 세포 전량 폐기 시 수조 원대 손실. 24시간 공정이라는 특성상 '부분 파업'도 전면 중단과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 글로벌 공급 신뢰도 타격 — 납기 지연은 계약 위반으로 이어지고, 한 번 떠난 고객은 중국·인도 경쟁 CDMO로 발길을 돌린다.
- 업계 인건비 연쇄 상승 — 삼성바이오의 인상률이 확정되면 셀트리온, 롯데바이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경쟁사의 임금 교섭 기준점이 된다.
셀트리온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다른 제조 계열사로의 파급 효과를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필수유지업무 협정 점검 — 연속 공정 사업장이라면 노조법 제42조의2(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른 사전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협정 시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파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 가처분 신청의 실효성과 리스크 — '일부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법원이 금지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단체행동권 침해로 항고 대상이 된다. 금지 범위의 특정이 핵심이다.
-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 노조법 제44조(쟁의행위 기간 중의 임금지급 요구 금지) 및 제54조에 따라 사측은 파업 참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 다만, 직장폐쇄를 병행할 경우 비조합원의 임금 문제가 별도로 발생한다.
- 인사·경영권 사전합의 요구의 법적 한계 — 대법원은 인사·경영사항이라도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의무적 교섭사항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경영 의사결정 자체에 대한 동의권 부여는 경영권의 본질적 침해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 바이오 업계 노사관계 벤치마킹 — 삼성바이오 타결 결과는 업계 전체의 임금·단협 기준이 된다. 바이오 업종 인사담당자라면 타결 조건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4월 21일, 시계가 돌아간다
노조는 4월 21~22일 사업장 집회를 시작으로 5월 1일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존 림(John Rim) 대표 귀국 후 비공식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실질적 개선안을 가져오면 타협 여지는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에서 과반수 노조가 파업을 가결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 파업이 실제로 실행되면, 바이오의약품이라는 '멈출 수 없는 공정'과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정면충돌하는 한국 최초의 사례가 된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노사의 마지막 협상, 그리고 5월 1일 — 이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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