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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2026년 4월 5일뉴스룸

🎯 삼성바이오 창사 15년 만의 파업 위기 — 세포가 죽으면, 수조 원이 사라진다

95% 찬성으로 파업 가결, CDMO 세계 1위의 첫 노사 충돌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을 흔든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반도체 팹과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단백질을 정제하는 이 공정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아야 한다. 배양 탱크의 온도가 몇 시간만 벗어나도 세포는 사멸하고, 생산 중인 의약품은 전량 폐기된다. 그 피해는 수조 원 단위다. 그런데 지금, CDMO(위탁의약품개발생산) 세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조합이 5월 1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찬성률 95.52%. 창사 15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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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멈추면, 세포가 죽는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반도체 팹과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단백질을 정제하는 이 공정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아야 한다. 배양 탱크의 온도가 몇 시간만 벗어나도 세포는 사멸하고, 생산 중인 의약품은 전량 폐기된다. 그 피해는 수조 원 단위다.

그런데 지금, CDMO(위탁의약품개발생산) 세계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동조합이 5월 1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찬성률 95.52%. 창사 15년 만에 처음이다.

13차례 교섭, 그리고 결렬

2025년 12월 23일부터 2026년 3월 13일까지 진행된 임금·단체협약 교섭은 13차례 만에 결렬됐다. 이후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에 따른 쟁의 전 필수 절차)마저 실패했다.

쟁점은 선명하다.

  • 임금 인상률 — 노조 요구 평균 14.3%, 사측 제안 총 6.2%(기본급 4.1% + 성과급 2.1%). 격차가 8%포인트 이상이다.
  • 격려금 — 노조는 1인당 3,000만 원, 사측은 200% 성과급 + 교대수당 확대를 제시했다.
  • 성과급 배당 —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고, 사측은 10% 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 20%를 내놨다.
  • 인사·경영권 — 노조가 채용·승진·징계·배치전환에 대한 노사 사전합의권, 나아가 분할·합병·양도 시 노사 합의 없으면 효력 불인정까지 요구하면서 사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2024년에는 5.3% 인상에 원만하게 합의했던 양측이다. 1년 만에 요구 수준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파업 찬반투표 — 압도적 숫자가 말하는 것

3월 29일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 선거인 3,678명 중 3,508명이 투표해 투표율 95.38%, 찬성률 95.52%(3,351표)를 기록했다. 조합원 수 3,689명은 전체 임직원의 약 75%에 달한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파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95%라는 숫자는 법적 요건을 훌쩍 넘어, 조합원 전체의 압도적 의사 표현이라는 뜻이다.

더 눈에 띄는 건 맥락이다. 삼성바이오 노조는 2023년 5월에야 설립됐다.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 중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노조로, 설립 1년 10개월 만인 2024년 10월 과반수 노조를 달성했다. 무노조 경영 12년 → 노조 설립 → 과반수 → 파업 가결까지 불과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사측의 대응 — 가처분이라는 법적 카드

삼성바이오는 4월 1일, 인천지방법원에 '일부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모든 파업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배양·정제 등 생산에 필수적인 공정에 한정해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구다.

법적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다. 이 조항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바이오의약품 배양 공정에서 세포 사멸은 곧 원료의 '변질'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노조는 이를 "헌법상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제1항)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시도"라고 반박하며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별도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예고한 상태다.

왜 이 파업이 바이오 업계 전체의 문제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5년 CDMO 수주액은 5조 5,000억 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체의약품 생산을 위탁하는 핵심 거점이다.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세 가지 충격파가 예상된다.

  1. 직접 손실 — 배양 중인 세포 전량 폐기 시 수조 원대 손실. 24시간 공정이라는 특성상 '부분 파업'도 전면 중단과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2. 글로벌 공급 신뢰도 타격 — 납기 지연은 계약 위반으로 이어지고, 한 번 떠난 고객은 중국·인도 경쟁 CDMO로 발길을 돌린다.
  3. 업계 인건비 연쇄 상승 — 삼성바이오의 인상률이 확정되면 셀트리온, 롯데바이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경쟁사의 임금 교섭 기준점이 된다.

셀트리온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다른 제조 계열사로의 파급 효과를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1. 필수유지업무 협정 점검 — 연속 공정 사업장이라면 노조법 제42조의2(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른 사전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협정 시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파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2. 가처분 신청의 실효성과 리스크 — '일부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법원이 금지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단체행동권 침해로 항고 대상이 된다. 금지 범위의 특정이 핵심이다.
  3.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 노조법 제44조(쟁의행위 기간 중의 임금지급 요구 금지) 및 제54조에 따라 사측은 파업 참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 다만, 직장폐쇄를 병행할 경우 비조합원의 임금 문제가 별도로 발생한다.
  4. 인사·경영권 사전합의 요구의 법적 한계 — 대법원은 인사·경영사항이라도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의무적 교섭사항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경영 의사결정 자체에 대한 동의권 부여는 경영권의 본질적 침해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5. 바이오 업계 노사관계 벤치마킹 — 삼성바이오 타결 결과는 업계 전체의 임금·단협 기준이 된다. 바이오 업종 인사담당자라면 타결 조건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4월 21일, 시계가 돌아간다

노조는 4월 21~22일 사업장 집회를 시작으로 5월 1일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존 림(John Rim) 대표 귀국 후 비공식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실질적 개선안을 가져오면 타협 여지는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에서 과반수 노조가 파업을 가결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 파업이 실제로 실행되면, 바이오의약품이라는 '멈출 수 없는 공정'과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정면충돌하는 한국 최초의 사례가 된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노사의 마지막 협상, 그리고 5월 1일 — 이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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