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롭힘 가해자를 나주로 보냈더니, 법원이 '부당전보'라 했다 — 전보의 승패를 가른 세 가지 기준
같은 전보인데 왜 어떤 건 정당하고, 어떤 건 부당할까. 2025~2026년 최신 판정례로 본 전보 분쟁의 핵심.
전보(배치전환)의 정당성은 업무상 필요성, 생활상 불이익, 협의 절차 세 가지로 판단된다. 2025~2026년 최신 판정례를 통해 회사가 이긴 사건과 진 사건을 비교 분석하고, 대법원 첫 징역형 확정 사례까지 살펴본다.
경기도 파주에서 일하던 A씨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 회사는 조사를 마친 뒤 A씨를 전남 나주로 전보 발령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법원은 이 전보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괴롭힘 가해자를 옮긴 건데, 왜 회사가 졌을까.
파주에서 나주까지 — 한국지역난방공사 사건의 전말
2023년 9월, 한국지역난방공사 파주지사에서 동료 5명이 B씨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했다. 공사는 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가해자 B씨를 전남 나주시 소재 광주전남지사로 전보 명령했다.
B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전보"라고 판정했다. 공사가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2024구합80217, 2025. 9. 19. 선고).
재판부의 논리는 명쾌했다. "분리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왜 하필 나주여야 하는지를 회사가 증명하지 못했다." 공사 산하 수도권 사업소만 13곳이었다. 굳이 나주까지 보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B씨는 매달 100만 원 넘는 주거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법원은 이 정도의 생활상 불이익은 통상 감수할 수준을 넘는다고 봤다.
전보의 정당성, 대법원이 세운 세 가지 기준
전보(배치전환)는 사용자의 인사권에 속한다. 대법원은 일찍이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94다52928, 1995. 10. 13. 선고). 하지만 그 재량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이 세운 세 가지 기준은 이렇다.
- 업무상 필요성 — 그 자리에 그 사람을 보내야 할 구체적 이유가 있는가
- 생활상 불이익 —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수준을 현저히 넘지 않는가
- 협의 절차 — 근로자 본인과 성실하게 협의했는가
이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서,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생활상 불이익이 과도하면 부당전보가 된다. 반대로 업무상 필요성이 크고 불이익이 감수할 만한 수준이면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인정된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무엇이 달랐는가
회사가 진 사건 1: 권고사직 거부 후 본부장을 매장 매니저로
2026년 1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례다. 회사가 전문성을 인정해 본부장으로 채용한 근로자에게 1년 만에 매장 매니저 보직을 줬다. 문제는 그 직전에 권고사직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합의가 안 되자 전보를 발령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동위원회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생활상 불이익(건강 문제, 정신적 스트레스)이 크며, 협의 절차도 없었다"며 부당전보로 판정했다(중앙노동위원회 2026. 1. 22. 판정).
회사가 진 사건 2: 저성과자 전보, 인원 선정에 합리성 없음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전보를 발령한 사건이다. 일반적인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됐지만, 왜 하필 그 사람들인지 설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전보 후 실수령 급여가 줄고, 업무 시스템 접근 권한이 차단됐으며, 프로젝트 인센티브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노동위원회는 "전보 발령의 수단으로서의 적합성 및 인원 선정의 합리성이 없다"며 부당전보로 판정했다(중앙노동위원회 2026. 1. 7. 판정).
회사가 이긴 사건 1: 괴롭힘 가해자 분리 + 생활권 내 전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근로자를 같은 지역본부 산하 다른 지사로 전보한 사건이다.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조치였고, 전보관리규칙상 '생활권 내 전보의 예외사유'에 해당했다. 출퇴근 거리 변동이 크지 않았고, 급여 변동 폭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노동위원회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지 않다"며 정당한 전보로 판정했다(중앙노동위원회 2026. 1. 26. 판정).
회사가 이긴 사건 2: 인사담당자의 공정성 훼손 → 직무 재배치
인사 담당자가 조직 내 갈등 사안을 사내에 공개 게시하여 인사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훼손한 사건이다. 회사는 조직 안정을 위해 다른 직무로 재배치했다. 급여나 직급 변동 없이 같은 사업장 내 부서 이동이었고, 사전 면담도 진행했다. 노동위원회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협의 절차를 준수했다"며 정당한 전보로 판정했다(중앙노동위원회 2026. 1. 22. 판정).
보복 전보는 형사처벌까지 — 대법원 첫 징역형 확정
전보가 단순히 '부당'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충북 청주의 구내식당 위탁업체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을 출퇴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먼 곳으로 전보했다. 피해자가 가족을 간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의견조차 묻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이 금지하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도4925).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사업주에게 징역형이 확정된 최초 사례다.
재판부는 특히 "새 근무지의 객관적 환경이 좋더라도, 피해자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전보했다면 불리한 처우"라고 못 박았다. 전보의 외형이 아니라 의도와 맥락을 본 것이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전보의 구체적 이유를 문서화하라 — "조직 효율화"같은 추상적 사유로는 부족하다. 왜 그 사람을, 왜 그곳으로 보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 수도권에 13개 사업소가 있는데 나주로 보내면 진다 — 대안이 있었는데 가장 먼 곳을 선택하면, 업무상 필요성이 아무리 커도 생활상 불이익에서 뒤집힌다.
- 권고사직 → 거부 → 전보 패턴은 치명적 — 퇴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드러나면 업무상 필요성 자체가 부정된다.
- 사전 협의는 '선택'이 아닌 '안전장치' — 대법원은 협의 없이도 전보가 유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분쟁에서는 협의 유무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 괴롭힘 신고자 전보는 형사 리스크까지 —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옮기더라도, 그 과정이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한 줄 정리: 전보는 사용자의 권한이지만, '왜 그 사람을, 왜 그곳으로' 보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부당전보가 되고, 의도가 나쁘면 감옥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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