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직 3년 일했는데 재계약 거절당했다 — '갱신기대권' 인정받은 사건과 기각된 사건, 결정적 차이
같은 기간제 근로자인데 왜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질까
물류센터에서 3년 넘게 파지를 수거하던 미화원이 있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소속만 달라졌을 뿐, 같은 건물에서 같은 일을 했다. 그런데 새 업체가 들어온 지 4개월 만에 "재계약 안 합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로계약서에는 아예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박혀 있었다. 이 미화원은 법원에서 이겼다.
물류센터에서 3년 넘게 파지를 수거하던 미화원이 있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소속만 달라졌을 뿐, 같은 건물에서 같은 일을 했다. 그런데 새 업체가 들어온 지 4개월 만에 "재계약 안 합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로계약서에는 아예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박혀 있었다.
이 미화원은 법원에서 이겼다.
반면, 호텔 마케팅 매니저로 2년간 일하다 같은 통보를 받은 직원은 졌다. 둘 다 기간제 근로자였고, 둘 다 "부당해고"라며 싸웠다. 무엇이 달랐을까.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란
계약직은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1년,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이 기대권이 인정되면, 사용자의 일방적인 재계약 거절은 부당해고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문제는 이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이다. 수집된 판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갱신기대권을 주장한 소송에서 근로자가 이긴 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기대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기대권은 인정되지만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긴 사건: 물류센터 미화원 —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86628
원고는 2020년부터 고양시의 한 물류센터에서 미화원으로 일했다. 용역업체가 D사에서 E사로, 다시 B사로 바뀌었지만, 원고는 늘 같은 곳에서 같은 파지 수거 업무를 했다. 2023년 9월, B사와 4개월짜리 계약을 맺었고, 12월에 재계약 거절 통보를 받았다.
근로계약서 제1조 제2항에는 "갱신기대권은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었다. 취업규칙에도 마찬가지 조항이 있었다. 회사 측은 '무단퇴근', '근로의욕 저하 발언', '반말 사용' 등을 거절 사유로 들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에서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핵심 근거는 네 가지였다.
- 동일 업무의 장기간 수행 — 소속 업체만 3번 바뀌었을 뿐, 3년 넘게 같은 건물에서 같은 일을 했다
- 경력을 이유로 한 채용 — 계약서에 "근로자의 경력이 채용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 평가 규정의 존재 — 취업규칙에 "평가자에 의한 근로계약 연장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법원은 이를 "평가가 불량하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신뢰의 근거"로 봤다
- 85% 이상 갱신 관행 — 같은 물류센터에서 일한 120명 중 재계약이 거절된 사람은 13명뿐이었다
갱신 거절 사유에 대해서도 법원은 엄격하게 따졌다. 결정적이었던 건 평가자(반장) 본인이 나중에 원고와 통화하면서 "평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무단퇴근도, 근로의욕 저하 발언도 근거가 부족했고, 나이 많은 원고가 어린 동료에게 반말한 것도 "인격 모독 수준이 아닌 이상 거절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평가가 반장 1인에게만 일임되었고, 평가 항목도 주관적이며, 평가자 스스로 "점수라는 게 되게 애매하다"고 말한 점을 들어 평가의 객관성, 합리성, 공정성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봤다.
진 사건: 호텔 마케팅 매니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81263
원고는 2022년 7월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1년 단위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해 총 2년 근무한 뒤, 2024년 5월에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법원은 갱신기대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 갱신 규정 부재 —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어디에도 "일정 요건 충족 시 갱신"이라는 규정이 없었다
- 갱신 관행 부재 — 같은 직급의 다른 직원들도 대부분 한 차례 갱신 후 계약이 종료되었다
- 사용자의 신뢰 부여 없음 — 헤드헌터를 통해 전달된 "정규직 전환 가능성" 언급은 사실상의 기대에 불과하다고 판단
- 업무의 한시성 — 호텔 개장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업무로, 상시적 유지가 예정된 성질이 아니었다
설령 기대권이 인정된다 해도, 법원은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원고의 잦은 출근시간 위반, 인사평가에서의 낮은 점수(팀워크, 근로시간 준수 등 항목에서 '노력 요함'), 그리고 마케팅 전략 변화에 따른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었다.
승패를 가른 세 가지 핵심
1. 동일 업무의 계속성과 갱신 관행
물류센터 사건에서는 3년 넘게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했고, 동료의 85%가 재계약되었다. 호텔 사건에서는 2년 근무에 1회 갱신이었고, 같은 직급 직원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계약이 종료되었다. 갱신이 '예외'인지 '일반'인지가 갈림길이다.
2. 평가 시스템의 공정성
물류센터 사건에서 평가는 반장 1인이 주관적 항목으로 실시했고, 평가자 본인이 "사실이 아닌 부분을 정정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이를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평가"로 보았다. 반면 호텔 사건에서의 인사평가는 상급자가 실시했지만, 법원은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도 평가에 포함되므로 주관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이점은 명확하다. 평가자가 스스로 평가 결과를 부정했느냐 여부다.
3. 계약서의 문구 vs 운영의 실질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계약서 문구가 있어도, 실제로 대다수가 재계약되고 있었다면 법원은 문구보다 실질을 본다. 반대로, 갱신 관행 자체가 없다면 계약서 문구는 단지 '확인'에 불과하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기간제 근로자를 반복 갱신하고 있다면 — 이미 갱신기대권이 형성되고 있을 수 있다. 재계약 거절 시 '합리적 이유'를 소명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 평가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면 — 1인 평가는 위험하다. 복수 평가자,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항목, 이의제기 절차를 갖춰야 한다. 평가자가 나중에 "그 평가 내용 사실 아니다"라고 하면 게임은 끝난다
- "갱신기대권 불인정"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 법원은 형식적 문구보다 실질적 운영을 본다. 계약서에 아무리 써놔도 실제로 85%를 갱신하고 있으면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 기간제 근로자라면 — 같은 업무를 수행한 기간, 용역업체 변경 이력, 동료들의 재계약 비율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 줄 정리
계약서에 뭐라고 써있느냐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운영했느냐가 갱신기대권의 승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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