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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분석2026년 3월 28일판례 분석팀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 회사가 이긴 사건과 진 사건, 무엇이 달랐을까

대법원 기준부터 현대중공업 사건까지, 저성과 통상해고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

3,859명 중 3,857등. 입사 17년 차 과장의 인사평가 순위다. 회사는 1년간 교육을 시키고, 부서를 옮겨주고, 다시 평가했다. 그래도 최하위. 결국 해고했다. 법원은 "정당하다"고 했다. 같은 시기, 다른 회사. 영업사원의 매출이 줄었다. 회사는 "저성과자"라며 해고했다. 법원은 "부당하다"고 했다. 매출만으로 사람을 자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 이른바 통상해고(징계가 아닌 근무능력 부족을 사유로 한 해고)는 실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영역 중 하나다. 대법원이 2021년에 처음으로 기준을 세웠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대법원이 세운 기준 —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최소한에 미달하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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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9명 중 3,857등. 입사 17년 차 과장의 인사평가 순위다. 회사는 1년간 교육을 시키고, 부서를 옮겨주고, 다시 평가했다. 그래도 최하위. 결국 해고했다. 법원은 "정당하다"고 했다.

같은 시기, 다른 회사. 영업사원의 매출이 줄었다. 회사는 "저성과자"라며 해고했다. 법원은 "부당하다"고 했다. 매출만으로 사람을 자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 이른바 통상해고(징계가 아닌 근무능력 부족을 사유로 한 해고)는 실무에서 가장 까다로운 영역 중 하나다. 대법원이 2021년에 처음으로 기준을 세웠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대법원이 세운 기준 —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최소한에 미달하는 것"은 다르다

대법원 2018다253680 판결(2021. 2. 25. 선고)은 저성과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첫 번째 이정표가 됐다. 핵심은 이 한 줄이다.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쉽게 말하면, 하위 10%라서 자르는 건 안 된다. "이 사람과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걸 판단할 때 다음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했다.

  •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 근무성적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 교육, 전환배치 등 개선 기회 부여 여부
  • 기회 부여 이후 실제 개선 여부
  • 근로자의 태도

이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사건을 통해 살펴보자.

회사가 이긴 사건 — 현대중공업, 7년간의 절차가 해고를 살렸다

울산지방법원 2016가합23515 판결(2017. 12. 6. 선고). 선박건조 회사인 현대중공업이 과장급 직원 2명을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한 사건이다.

사실관계부터 보면 숫자가 압도적이다. 원고 1은 3,859명 중 3,857위, 원고 2는 3,859위. 말 그대로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째다. 2010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6년 넘게 최하위권이었다. 직무경고도 각각 3회, 4회씩 받았다.

그런데 회사가 이긴 진짜 이유는 숫자가 아니라 절차에 있었다.

  • 10개월간 직무역량 향상교육을 실시했다 (2015. 2. 25.~2015. 12. 31.)
  • 교육 후 새로운 부서에 재배치했다
  • 재배치 이후 다시 성과평가를 했고, 그래도 최저 등급(D등급)이었다
  • 인사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안내했다
  • 복수의 평가권자가 참여하는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객관적 평가 결과,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회사의 노력,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은 성과"를 종합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교육이 "퇴출을 위한 형식적 절차"였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 일정과 내용, 실제 재배치 사실을 보면 체계적인 개선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가 진 사건 (1) — 매출만 보고 자른 영업사원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75456 판결(2017. 5. 18. 선고). 미국 본사를 둔 전자부품 회사가 영업사원을 "4년간 저조한 성과"를 이유로 해고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회사가 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평가가 편향적이었다. 회사는 매출 실적만을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정작 회사 자체 고과평가에서 이 직원은 5점 만점에 3점 이상(기대치 충족)을 받고 있었다. 법원은 "영업사원 평가가 매출실적만으로 결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매출 하락의 원인이 LG그룹 계열사 매출 변동, TV사업부 실적 감소 같은 외부 요인인지 제대로 가려내지 않았다.

둘째, 고용 유지 노력이 거의 없었다. 회사가 한 건 본사에 직원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 그리고 MBA 학비를 지원한 것 정도였다. 법원은 "경고, 월급 삭감, 전환배치 등 해고보다 가벼운 조치를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며, 특히 회사 규모를 보면 전환배치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봤다.

회사가 진 사건 (2) — 전자부품 회사의 PM 해고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90367 판결(2019. 10. 17. 선고). 전자제품 설계 회사가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업무 저성과, 유관부서와의 분쟁이 개선되지 않음"을 이유로 해고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회사가 "저성과자"라고 판단한 근거 자체가 허약했기 때문이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통상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승패를 가른 핵심 — 같은 "저성과"라도 결과가 갈리는 세 가지 이유

1. 평가 시스템의 객관성

현대중공업 사건에서는 6년간의 정량적 평가 데이터, 복수 평가자 참여, 이의제기 절차가 갖춰져 있었다. 반면 전자부품 회사 사건에서는 매출이라는 단일 지표만 사용했고, 외부 변수를 분리하지 않았다.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건 대법원이 제시한 첫 번째 관문이다.

2. 개선 기회의 실질성

이긴 사건에서 회사는 10개월간 교육을 실시하고, 부서를 옮기고, 다시 평가했다. 진 사건에서 회사는 MBA 학비를 대주거나, 본사에 연락한 것이 전부였다. 법원이 보는 "개선 기회"는 PIP(성과향상프로그램), 전환배치, 단계적 경고 같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다.

3. 해고 외 대안의 검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해고가 최후의 수단이었는지를 반드시 따진다. 경고, 감봉, 정직, 전환배치 등 더 가벼운 조치를 시도했는지, 시도했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가 중요하다.

저성과 해고를 검토할 때 짚어야 할 포인트

  •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는가 — "근무성적 또는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와 같은 해고 사유가 취업규칙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 평가가 다면적이고 장기적인가 — 단일 지표(매출, 건수 등)만으로는 부족하다. 복수 평가자, 정성+정량 평가, 최소 2~3년 이상의 추이가 필요하다
  • PIP를 운영했는가 — 성과향상프로그램(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의 구체적 목표 설정, 기간, 평가 결과가 문서화되어야 한다
  • 전환배치를 검토했는가 — 다른 부서, 다른 직무에서도 성과가 부진한지 확인해야 한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이 의무는 강해진다
  • 단계적 조치를 밟았는가 — 구두경고 → 서면경고 → 감봉/정직 → 해고의 순서를 거쳤는지가 해고의 "최후 수단성"을 입증하는 핵심이다
  • 근로자의 소명 기회를 보장했는가 — 인사위원회 개최, 의견 진술 기회 부여는 절차적 정당성의 기본이다

한 줄 정리

저성과 해고가 살아남으려면, "이 사람이 못한다"는 결론보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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