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오후만 반차 쓰면 된다고 했는데 — 주 4.5일제 도입 기업, 취업규칙 안 바꿨다가 수당 분쟁 터진 사례
주 4.5일제 도입은 '복지'가 아니라 '근로조건 변경'이다. 취업규칙 절차를 빠뜨린 기업이 수당 폭탄을 맞은 판정례를 분석한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면서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빠뜨린 기업들이 수당 분쟁에 직면하고 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한 이후, 직원 과반수의 회의방식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소정근로시간 변경이 통상임금 시급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
금요일 오후, 반차 한 줄이 만든 수당 폭탄
한 IT 기업이 2025년 하반기, 금요일 오후 근무를 없앴다. '주 4.5일제'를 선언하면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요일 오후는 자동으로 반차입니다. 급여는 종전과 동일합니다." 직원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6개월 뒤, 퇴사한 직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진정을 넣었다. 청구 금액만 1인당 수백만 원. 회사가 놓친 건 단 한 가지, 취업규칙 변경 절차였다.
2026년 4월 현재, 고용노동부는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324억 원을 투입하며 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80만 원까지 지원한다. 그런데 이 흐름에 올라탄 기업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분쟁이 터지고 있다. 취업규칙을 제대로 안 고치고 제도를 시행했다가, 소정근로시간(약속된 하루 근무시간) 변경에 따른 수당 재계산 문제로 뒤통수를 맞는 케이스다.
취업규칙, 왜 바꿔야 하는가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주 40시간에서 주 36시간(또는 35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든다. 이건 단순히 금요일 오후를 쉬는 문제가 아니다. 소정근로시간은 통상임금 시급 계산의 분모다. 분모가 작아지면 시급이 올라가고, 시급이 올라가면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이 전부 달라진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주 4.5일제 도입이 '불이익변경'이냐고 묻는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는 경우 — 근로자에게 유리한 변경이므로 의견 청취만으로 충분
- 근로시간 단축에 비례해 임금을 줄이는 경우 — 불이익변경에 해당, 과반수 동의 필요
- 기본급은 유지하되 수당 산정 기준이 바뀌는 경우 — 유불리 혼재 상황, 전체적으로 판단
문제는 세 번째 경우다. 대부분의 기업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걸 '직원에게 좋은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동의 절차를 건너뛴다.
동의 없이 바꿨다가 무효 선언된 사건
중앙노동위원회 2024부해OOO (2024. 10. 24. 결정)에서 바로 이 쟁점이 등장했다. 한 회사가 취업규칙에 직위해제 규정을 신설하면서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단호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이 사건 직위해제 규정은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여 무효이며,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은 효력이 없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정직처분까지 부과했으나, 노동위원회는 취업규칙 자체가 무효이므로 그에 근거한 모든 인사조치가 효력이 없다고 판정했다.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입구'에서 절차를 놓치면, 그 뒤에 이어지는 모든 조치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이다.
대법원이 30년 법리를 뒤집은 이유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가장 중요한 판결은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판결이 왜 중요한지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아무리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도, 직원 동의 없이 바꾸면 무효다."
종전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할 수 있다는 예외 법리가 있었다. 30년 넘게 유지된 이 법리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폐기했다. 그 근거는 명확했다.
-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명시적으로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상 노사대등결정 원칙의 핵심 절차다
-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너무 모호해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 근로조건 변경은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한 가지 예외를 열어뒀다.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 없이 동의를 거부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면, 동의 없는 변경도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예외가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근로시간 변경, 동의 없이 밀어붙이면 어떻게 되나
중앙노동위원회 2025부해OOO (2025. 11. 28. 결정)는 소정근로시간 변경 분쟁의 전형적 사례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이렇게 판단했다.
"당사자 간의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이상, 취업규칙의 근로시간 변경권 조항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담은 근로계약서에 우선한다고 할 수 없다. 근로시간 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동의 없이 변경을 명령한 것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볼 수 없다."
이 판정은 주 4.5일제 도입 기업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면서 개별 근로계약까지 변경했다면, 나중에 다시 근로시간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도 근로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취업규칙은 바꿨는데, 개별 동의를 안 받은 경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은 한 단계 더 깊은 문제를 다뤘다. 취업규칙을 집단적 동의를 받아 변경했더라도, 개별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근로계약이 존재하면 취업규칙보다 근로계약이 우선한다는 원칙이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이 주 4.5일제 도입과 만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 기존에 연봉계약서에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 연봉 5,000만 원'으로 계약한 직원이 있다고 하자.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꿔 소정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이면서 연봉을 4,500만 원으로 낮춘다. 집단 동의는 받았다. 하지만 해당 직원이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직원에게는 기존 연봉계약이 우선 적용된다.
수당 분쟁이 터지는 구조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수당 분쟁이 발생하는 패턴은 대체로 이렇다.
- 패턴 1: 소정근로시간을 줄였는데 통상임금 시급이 올라간 걸 반영하지 않아 연장근로수당을 과소 지급
- 패턴 2: 금요일 오후를 '유급휴무'로 처리했는데 취업규칙에 근거 규정이 없어 무급 처리 논란
- 패턴 3: 기존 직원과 신규 채용 직원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이 다르게 적용되어 차별시정 문제 발생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3가합101960 판결(2024. 11. 26.)은 비록 택시운전근로자 사건이지만,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분쟁의 핵심 구조를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최저임금법 특례 규정 시행을 계기로 소정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했으나, 법원은 "근로자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근로시간 단축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무효가 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최저임금 미달액은 회사가 보전해야 했다.
실무에서 놓치면 안 되는 체크포인트
- 취업규칙 변경 전: 소정근로시간 변경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라. 통상임금 시급, 연장근로수당, 주휴수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먼저 계산해야 한다
- 동의 방식: 연명서(서명 모으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 판례상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을 표시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 개별 근로계약 정비: 취업규칙만 바꾸면 끝이 아니다. 기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시간·임금 조건이 있다면, 개별 동의를 받아 근로계약서도 갱신해야 한다
- 임금 삭감 여부 명확화: '급여는 종전과 동일'이라고 했으면 취업규칙에도 그렇게 적어야 한다. 구두 약속은 분쟁의 불씨다
- 수당 재계산: 소정근로시간이 바뀌면 통상임금 시급이 달라진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새 시급 기준으로 재계산하고 있는지 확인하라
- 노동지청 신고: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변경된 취업규칙을 관할 노동지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 절차를 빠뜨리면 과태료 대상이다
한 줄 정리
주 4.5일제는 '복지'가 아니라 '근로조건 변경'이다. 취업규칙 변경 없이 시행하면 그 자체로 분쟁의 씨앗을 심는 것이고, 변경하더라도 절차를 빠뜨리면 변경 자체가 무효가 된다. 금요일 오후를 쉬게 해주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주 묻는 Q&A
Q. 소정근로시간이 줄면 통상임금 시급은 어떻게 바뀌나요?
통상임금 시급 = 월 통상임금 ÷ 월 소정근로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원이고 월 소정근로시간이 209시간에서 180시간으로 줄면, 시급이 14,354원에서 16,667원으로 올라갑니다. 이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단가도 올라가 실질적 인건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Q. 주 4.5일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나요?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이면서 기존 수당보다 수당이 늘어나는 구조라면 불이익변경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 감소 = 불이익'이라는 법원의 일반적 해석이 있어, 안전하게 진행하려면 근로자 동의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금요일 오후를 유급으로 쉬게 한다면 연차휴가 소진에 영향을 주나요?
소정근로시간으로 처리하지 않고 연차로 처리한다면 연차가 소진됩니다. 기업이 "금요일 오후는 반차"라고 운영하면서 취업규칙에 반영하지 않으면 연차 소진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소정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 분쟁을 줄입니다.
Q. 이미 주 4.5일제를 시행 중인데 취업규칙 변경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이라도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소급 적용은 원칙상 불가능하지만, 향후 분쟁을 막기 위해 절차를 빠르게 완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경 전 기간에 대해 미지급된 수당이 있다면 지급을 검토해야 합니다.
Q. 주 4.5일제 고용노동부 지원금 받으려면 취업규칙이 필수인가요?
고용노동부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 요건에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으로 단축된 근로시간을 명문화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취업규칙 정비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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