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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2026년 4월 11일뉴스룸

🎯 중대재해처벌법 무죄 판결이 반복되는 이유 — 경영책임자 의무와 '인과관계' 입증의 벽

삼표그룹 회장, 석탄공사 전 사장, 원청 대표까지 — 왜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간 71건 판결 중 6건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삼표그룹 회장 '경영책임자 아니다' 판결, 석탄공사 전 사장 '인과관계 없다' 항소심 무죄, 원청-하청 책임 분리 첫 판결까지 — 법원이 반복적으로 짚는 '경영책임자 해당성'과 '의무 위반-사고 간 인과관계' 두 가지 벽을 분석하고, 기업이 실무적으로 준비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체계 운영 포인트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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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건 중 6건 무죄 — 숫자가 말해주는 것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사업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경영책임자(대표이사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형사처벌하겠다는 이 법은, 2022년 1월 시행 이후 121건이 기소되었고 71건에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그중 무죄가 6건이다. 유죄 65건 중에서도 실형은 고작 7건, 나머지 55건은 집행유예다.

"기소까지 갔는데 왜 무죄가 나올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최근 잇달아 나온 판결들에서 선명해지고 있다. 2026년 2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무죄, 4월 대한석탄공사 원경환 전 사장 항소심 무죄, 그리고 원청 대표 무죄-하청 유죄라는 전례 없는 판결까지. 법원이 반복적으로 짚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 '경영책임자 해당성''인과관계'다.

무죄 판결 3연타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사례 1: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 "경영책임자가 아니다"

2022년 1월 29일, 경기도 양주의 채석장이 붕괴했다.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이 사고는 '중처법 1호 사건'으로 불리며 검찰이 그룹 회장까지 기소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26년 2월, 의정부지법은 정도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와 법인도 모두 무죄. 재판부의 판단 핵심은 이것이었다.

"삼표그룹의 규모와 조직 구조를 고려할 때, 정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의무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쉽게 말해, 그룹 회장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모든 계열사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경영책임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례 2: 대한석탄공사 원경환 전 사장 — "인과관계가 없다"

2022년 9월,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지하갱도 675m 지점. 45세 부장급 광부가 석탄과 물이 뒤섞인 '죽탄(粥炭)'에 휩쓸려 숨졌다. 공기업 대표로는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1심 무죄에 이어 2026년 4월, 춘천지법 항소심도 무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시했다.

"자연층 갱도에서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출수율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죽탄 돌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 측이 배수관 청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작업·근무일지상 배수 관리에 신경 쓴 정황이 확인된 점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사례 3: 원청 무죄, 하청 유죄 — 책임 분리의 첫 판결

2025년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하수관거 정비공사 중 흙 매몰 사망사고에서 원청(삼화건설)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하청 현장소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원청과 하청의 책임을 분리 판단한 최초 사례다.

재판부의 논리는 명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책임은 단순한 의무 위반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무 위반이 중대재해의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를 가져야 하며,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 법의 구조적 한계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는 경영책임자에게 네 가지 의무를 부과한다.

  1.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 인력·예산 확보, 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2.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행
  3. 행정기관의 개선·시정 명령 이행
  4.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을 위한 관리상 조치

이 의무들은 '체계를 만들어라'는 것이지 '사고가 나지 않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여기서 검찰과 법원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첫 번째 벽: 경영책임자는 누구인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제2조 제9호). 문제는 대기업 그룹에서 이 정의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삼표 판결이 보여주듯, 그룹 회장이 수십 개 계열사의 개별 사업장 안전까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를 법원은 엄격하게 따진다. 검찰이 '지배구조상 최고 의사결정자'라는 형식적 지위를 근거로 기소하면, 법원은 '실질적 안전관리 권한'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두 번째 벽: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이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법이다. 형사법의 기본 원칙상 "합리적 의심 없이"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이렇다.

  1. 경영책임자가 제4조의 의무를 위반했다
  2. 그 의무 위반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
  3.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석탄공사 판결에서 보듯, 회사가 배수 관리를 나름대로 하고 있었다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 설령 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그 위반이 아니었으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과제다.

김·장 법률사무소의 분석에 따르면, 검찰이 700건 이상을 수사하면서 약 90건만 기소하고 약 30건을 불기소한 배경에도 이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먼저 인정되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연결되는 '다단계 인과관계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무죄 판결이 반복된다고 해서 기업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유죄 65건, 무죄 6건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유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무죄를 받은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이 곧 실무 체크리스트가 된다.

  •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적 운영' 기록을 남겨라 — 서류만 만들어놓는 것과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은 다르다. 석탄공사 사건에서 배수관 청소 기록, 근무일지 등 실제 관리 정황이 무죄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 위험성평가를 형식이 아닌 실체로 수행하라 — 무죄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위험성 평가 절차를 실제로 실시했는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었다.
  • 경영책임자의 안전 관련 권한·책임 범위를 명확히 문서화하라 — 그룹 회장이 경영책임자로 기소되는 것을 피하려면, 계열사별 안전보건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내부 규정에 명시해야 한다.
  • 사고 초기 대응이 법적 운명을 좌우한다 — 사고 발생 직후부터 원인·경위를 면밀히 파악하고, 법적 책임 범위를 검토하는 초기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 도급(하청) 구조에서 안전관리 책임 범위를 구분하라 — 원청·하청 책임 분리 판결이 나온 만큼, 도급 시 안전평가 기준과 관리 범위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법의 칼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최상위권이었고, "매일 3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라는 오명은 지금도 완전히 벗지 못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나도 무죄 판결이 반복되고, 유죄를 받아도 실형 비율이 8%에 그치는 현실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검찰의 기소 전략이 법원의 판단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형식적 지위만으로 기소하거나,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법 자체의 구조적 한계다. 제4조의 의무가 '체계 구축'이라는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를 사후적으로 증명하는 게 태생적으로 어렵다.

대한석탄공사 사건의 검찰은 항소심 패소 후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삼표 사건도 검찰이 항소했다. 대법원까지 가야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인과관계 입증 기준'에 대한 최종적인 법리가 확립될 것이다.

그 사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들의 공통점 —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질적 운영, 위험성 평가의 실체적 수행, 관리 기록의 체계적 보존 — 을 자기 사업장의 체크리스트로 삼는 것. 법의 해석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사람이 다치지 않는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게 훨씬 낫다.

자주 묻는 Q&A

Q.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책임자'란 누구인가요?

법 제2조 제9호에 따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대표이사가 일반적으로 해당하지만, 법인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질 경우 실질적으로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를 따집니다. 삼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이유도 그룹 회장이 법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Q.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으면 실형을 받나요?

유죄 65건 중 실형 선고는 7건(약 1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입니다.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중대산업재해 기준)이지만, 법원은 주로 집행유예를 선고합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운영 노력, 재범 가능성, 피해 배상 여부 등이 양형에 영향을 줍니다.

Q. 사고가 났는데 인과관계 입증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검찰이 증명해야 합니다. 사고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하청업체 과실이 개입된 경우, 경영책임자의 의무 불이행과 사고 사이 직접 연결고리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Q.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이행 기록을 어떻게 남겨야 하나요?

위험성 평가 실시 기록, 안전보건 예산 배정·집행 내역,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보고를 받고 조치를 지시한 회의록이 핵심입니다. 무죄 판결이 나온 사건들과 달리, 유죄 사건에서는 이런 기록이 아예 없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Q. 원청 대표는 무죄이고 하청 관리자만 유죄인 경우도 있나요?

있습니다. 삼표 사건이 대표적으로, 그룹 회장은 무죄를 받은 반면 현장 소장 등 하위 관리자들은 유죄를 받았습니다. 이는 경영책임자 해당성 판단이 직위보다 실질적 권한과 지배력에 달려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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