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 직원이 하청 직원을 괴롭혔다 — 그런데 직장내괴롭힘이 아니라고?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 원청-하청-파견 관계에서 실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판단 기준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같은 사용자 소속 관계에서만 적용되므로, 원청 직원이 하청 직원을 괴롭혀도 법적 조사·조치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파견근로자는 예외적으로 보호를 받지만, 도급(하청) 관계에서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원청의 자체 규정 마련과 민사·형사적 대응 방법을 정리합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데, 법의 보호는 다르다
제조 현장, 건설 현장, 물류센터. 원청 직원과 하청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일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닙니다. 그런데 원청 관리자가 하청 직원에게 반말을 하고, 업무와 무관한 심부름을 시키고, 실수를 빌미로 인격을 모독했다면 — 이것은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더라도 소속 사업주가 다르면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 밖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원청-하청, 파견 관계에서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를 정리합니다.
법은 뭐라고 하나 — 제76조의2의 행위자 범위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핵심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라는 주어입니다. 이 조항이 규율하는 행위자는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한정됩니다. 원청 직원과 하청 직원은 각각 다른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으므로, 원청 직원의 행위가 아무리 괴롭힘의 외형을 갖추고 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로 포섭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은 신고 주체를 "누구든지"로 규정하고 있어 신고 자체는 가능하지만, 정작 조사·조치 의무의 대상이 되는 괴롭힘의 정의가 사내 관계로 한정되어 있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가 행위자인 경우의 제재
참고로, 행위자가 사용자(사업주 및 그 친족 포함)인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1항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반면 행위자가 같은 회사 소속 근로자인 경우에는 직접적인 과태료나 형사처벌 규정이 없고, 사용자에게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만 부여되어 있습니다(제76조의3 제5항).
행정해석은 어떻게 보나 — "사용자가 다르면 조치 의무도 없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이 사각지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고용노동부는 「취업규칙상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범위 확대 규정 관련 해석」(근로기준정책과-1387, 2022.4.25.)에서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사용자 또는 동일한 사용자의 근로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며, 협력사인 다른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까지 사용자에게 조사 등의 조치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님."
그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사용자가 다를 경우 인사·노무관리권한이 없는 근로자에게까지 조사하도록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같은 해석에서 고용노동부는 한 가지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사내 규정(취업규칙 등)을 통해 원청 소속 근로자가 협력사 직원에 대해 괴롭힘을 한 경우, 해당 사용자(원청)가 자체적으로 조사 후 소속 근로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파견근로자는 다르다
반면, 파견 관계에서는 해석이 달라집니다. 고용노동부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 적용」(근로기준정책과-1412, 2022.4.27.)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근로자파견 관계에서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1항에 따라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보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음. 따라서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가 피해자인 경우에 사용사업주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조치 의무가 있음."
정리하면, 파견법에 의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원청)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의제(擬制)되므로 직장 내 괴롭힘 보호를 받지만, 도급·용역 관계의 하청 근로자는 원청이 법상 사용자가 아니므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원청-하청 간 괴롭힘에 대해 전혀 법적 대응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를 원인으로 가해자 개인 및 사용자(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형사 고소 —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 등 구체적 행위가 있다면 형법에 따른 고소·진정이 가능합니다.
-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 —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에 대해 사업주에게 보호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원청 관계자의 행위가 이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 하청 사업주에게 원청과의 협의 요청 — 하청 사업주는 자기 소속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청에 행위자 교체·분리 등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1. 원청은 자체 취업규칙에 규정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
고용노동부가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원청이 자체 취업규칙이나 사내 규정에 "협력사 직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조항을 두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징계 근거가 됩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협력사 직원 보호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2. 파견인지 도급인지에 따라 보호 수준이 완전히 달라진다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조치 의무가 있지만, 도급(하청) 관계에서는 이 의무가 없습니다. 실무에서 근로 형태가 파견에 해당하는지 도급에 해당하는지가 괴롭힘 피해 구제 가능성까지 좌우하게 되는 셈입니다. 특히 형식은 도급이지만 실질은 파견에 가까운 이른바 '불법파견' 사업장에서는 이 판단이 더욱 중요합니다.
3. 국가인권위원회의 법 개정 권고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 범위를 "누구든지"로 확대하고, 고객·도급인·사용자 친족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도 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어, 향후 법 개정 시 원청-하청 간 괴롭힘에 대한 보호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 정리
-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같은 사용자' 소속의 사용자 또는 근로자 간 행위로 한정됩니다.
- 원청-하청 관계에서는 소속 사용자가 다르므로, 원청 직원의 괴롭힘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조사·조치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 파견 관계는 예외적으로 사용사업주에게도 괴롭힘 조사·조치 의무가 인정됩니다.
- 원청의 자체 규정으로 협력사 직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고 징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유효한 대응입니다.
- 피해자는 민사 손해배상, 형사 고소,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 등 대안적 구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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