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민주노총 첫 회동이 드러낸 노동시장의 세 가지 역설
자발적 퇴사 실업급여·기간제 2년 룰·비정규직 역차별 — 대통령이 '전근대적'이라고 부른 것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10일 민주노총과 취임 후 첫 단독 회동을 갖고 현행 노동법의 세 가지 역설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자발적 퇴사자에게 실업급여를 주지 않는 고용보험법 제58조, 보호법이 고용금지법이 된 기간제법 2년 룰, 정규직보다 덜 받는 비정규직 임금 구조가 핵심이다. 당장 바뀌는 법은 없지만, 제도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오늘 오전 10시, 청와대 회의실에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노총 지도부 24명이 마주 앉았다. 취임 후 첫 단독 간담회. 90분 동안 대통령이 꺼낸 말들은 예상을 벗어났다. 노동계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현행 노동법이 오히려 노동자를 해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세 개의 폭탄 발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세 가지 발언으로 현행 노동 제도의 역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첫 번째 — "자발적 퇴사에 실업급여 안 주는 건 전근대적"
대통령은 4월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먼저 신호를 보냈다. "자발적 실업은 자기가 좋아서 그만둔 거라 실업수당을 안 준다는 생각은 매우 전근대적이며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미 3월 31일부터 만 18~34세 청년이 커리어 전환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생애 1회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이 개정·시행됐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것도 부족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령 제한 없이 자발적 퇴사에도 실업급여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건 '편법 권고사직'이다. 현행 고용보험법 제58조는 자발적 이직자의 구직급여 수급자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임금체불·직장 내 괴롭힘 등 제한된 예외 사유가 있을 때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근로자와 해고 절차를 피하려는 사용자가 암묵적으로 '권고사직'이라는 형식을 만들어낸다. 실질은 자발적 퇴사인데 서류상으로는 비자발적 이직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표현대로 "편법과 탈법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구조다.
두 번째 — "기간제 2년 제한이 사실상 고용금지법"
이 발언은 더 직접적이었다. 이날 민주노총 간담회에서 대통령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의 2년 제한에 대해 "보호하자고 만든 법이 사실상 2년 이상 절대 고용금지법이 돼버렸다"고 했다.
기간제법 제4조는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취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진. 그런데 현실에서 사용자는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하기 위해 1년 11개월에서 계약을 끊어버린다. 4~5년짜리 프로젝트를 맡은 근로자도 2년마다 '강제 공백' 후 재채용되는 식이다. 법이 오히려 고용 불안을 구조화한다는 역설이다.
세 번째 — "똑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 덜 받는 건 비상식"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을 건드렸다.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덜 받는 구조는 거꾸로 된 것"이라며,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정상적으로 주어진다면 같은 조건에서 비정규직의 보수가 더 많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시간당 임금이 높게 책정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왜 지금 민주노총과 만났나
민주노총은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탈퇴한 이후 사실상 제도권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최소한 우리 정부 안에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사노위 복귀를 요청했다. 민주노총이 즉각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민주노총 지도부 2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90분 동안 현행 법의 역설을 함께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신호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추가로 꺼낸 카드가 있다. 소상공인 단결권이다. "소상공인들도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제51조제1항이 사업자단체의 가격담합 등 경쟁제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소상공인이 집단으로 납품가 협상을 하면 불법이 된다. 대통령은 이 규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고용보험 개혁 — 무엇이, 얼마나 빨리 바뀔 수 있나
- 현행 규정: 고용보험법 제58조 — 자발적 이직자는 원칙적 수급자격 제한, 별표 2 예외 사유 해당 시에만 수급 가능
- 3월 31일 시행 내용: 만 18~34세 청년 커리어 전환 자발 퇴사 생애 1회 구직급여 신설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
- 대통령 발언 방향: 연령 제한 없이 자발적 이직에도 구직급여 확대 검토 지시 — 고용보험법 제58조 본문 개정 또는 별표 2 예외 사유 대폭 확대가 필요하며, 국회 입법 사항
- 타임라인: 당장 이번 달 바뀌는 것은 아님. 법 개정 논의 착수 단계. 청년 자발 퇴사 수급은 지금 당장 신청 가능
기간제법 개정 — 2년 룰이 바뀌면?
- 대통령 발언은 "현실적 대안 논의" 수준 — 구체적 개정 방향은 미정
- 논의 가능한 방향: 기간 제한 폐지(무기계약 의무 삭제) vs. 기간 연장(3~5년) vs. 반복 계약 횟수 제한
- 사용자 입장: 기간 연장 또는 반복계약 허용 시 '1년 11개월 관행' 해소 기대
- 노동계 입장: 2년 초과 사용 = 무기계약 의제 원칙 유지하되 예외 허용 범위 문제
- 국회 논의 없이는 법 개정 불가 — 단기간 내 변화 가능성 낮음
비정규직 임금 역차별 해소
- 현행 법 체계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역전을 강제할 수단 없음
-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도급제 최저임금 별도 설정) 논의와 연결 가능성
- 실질적 변화는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개정 통해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가능
앞으로의 전망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대통령 발언들은 아직 '지시'와 '방향 제시' 수준이다. 고용보험법 제58조 개정, 기간제법 2년 룰 손질, 소상공인 단결권 허용 모두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속도가 얼마나 날지는 여당의 입법 일정과 경영계의 반응에 달려 있다.
그러나 신호는 명확하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현행 법이 만든 역설"로 진단하고, 제도 설계 자체를 바꾸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기간제 계약 관리 방식과 비정규직 임금 체계를 지금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 내부 규정을 먼저 정비하는 회사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하느냐의 여부가 앞으로 사회적 대화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오늘 간담회는 그 첫 문을 연 날로 기록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당장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만 18~34세 청년이 커리어 전환 목적으로 자발 퇴사하면 2026년 3월 31일부터 생애 1회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연령은 아직 기존 예외 사유(임금체불, 괴롭힘 등)에 해당해야 합니다.
Q. 대통령이 "자발적 퇴사도 실업급여"를 말했는데 바로 시행되나요?
아닙니다. 4월 10일 발언은 입법 검토 지시 수준입니다. 고용보험법 제58조 개정은 국회 절차가 필요하며,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Q.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초과해서 쓰면 지금 어떻게 되나요?
기간제법 제4조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단, 고령자·전문직 등 예외 사유 해당 시는 2년 초과 사용 가능합니다.
Q. 오늘 회동 이후 노동법이 당장 바뀌는 게 있나요?
없습니다. 3월 31일 이미 시행된 청년 자발퇴사 구직급여만 현재 적용 중입니다. 나머지 개혁안은 국회 입법 논의 단계입니다.
Q. 기간제 직원을 1년 11개월만에 계약 종료해도 괜찮은가요?
현행법상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약 반복 갱신을 통해 갱신기대권이 형성된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판례상 4회 이상 갱신 시 기대권 인정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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