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추정제가 통과되면 — 프리랜서·특수고용직의 권리가 달라지는 것들
5월 입법 예고된 근로자 추정제 — 입증책임 전환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뜻하는 것
5월 입법 예고가 예정된 노동자추정제는 '근로자임을 스스로 증명하라'는 현행 구조를 뒤집어,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만드는 법이다. 배달라이더·프리랜서 강사·플랫폼 종사자 수백만 명의 4대보험·최저임금·퇴직금 권리가 이 법 하나로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근로자가 아닙니다" — 지금까지 이 말에 반박할 의무는 노동자에게 있었다
배달 플랫폼에서 하루 12시간을 일하다 산재를 당한 라이더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다. 공단은 묻는다. "근로자임을 증명하십시오." 라이더는 오더 배정 알고리즘이 자신을 통제했다는 것, 배차를 거부하면 페널티가 쌓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플랫폼 회사는 느긋하게 앉아 "우리는 그냥 중개 앱입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이 구조가 올해 안에 바뀔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근로자 추정제(노동자추정제)를 5월 입법 예고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간단하다. 입증책임의 방향을 뒤집는 것이다.
현행법의 구조적 문제 — 근로기준법 제2조의 함정
현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정의가 실제 분쟁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근로자성 판단은 대법원이 확립한 8가지 표지(지휘·감독 여부, 업무 내용 특정 여부, 취업규칙 적용 여부, 보수의 성격 등)로 이루어지는데, 이 판단 과정에서 "나는 근로자다"를 증명할 의무는 일하는 사람에게 있었다. 회사가 "당신은 자영업자다"라고 계약서에 써놓으면, 그것을 뒤집을 증거를 노동자가 긁어모아야 했다.
문제는 증거가 대부분 회사 쪽에 있다는 것이다. 업무 지시 내역, 알고리즘 통제 방식, 패널티 기준 — 이 모든 것은 플랫폼 서버 안에 있다. 노동자는 스마트폰 화면 캡처와 증언으로 싸운다.
노동자추정제 — 법이 바뀌면 무엇이 달라지나
추정제의 핵심 구조는 이렇다.
- 원칙: 일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한다. 계약서 명칭(도급, 위탁, 프리랜서)은 무관하다.
- 예외: 사용자가 "이 사람은 근로자가 아니다"를 입증해야 한다. 독립성, 사업자성, 종속성 부재를 사용자 측이 증명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된다.
- 효과: 추정이 깨지지 않으면 4대보험 적용, 최저임금 보장, 퇴직금 청구,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모두 열린다.
함께 추진 중인 일하는사람기본법(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은 한 발 더 나아간다. 고용형태나 계약 명칭과 무관하게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헌법상 노동권을 보장하는 근거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전국민 고용·산재보험 확대도 이 기본법의 틀 안에서 추진된다.
누가 달라지나 — 수백만 명의 이야기
통계청 기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와 플랫폼 종사자를 합치면 200만~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프리랜서 강사, 웹툰 작가 — 이들이 모두 추정제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세 가지다.
- 산재 신청 문턱 하락: 지금은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 근로자성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추정제가 도입되면 일단 신청할 수 있고, 회사가 반박해야 한다.
- 임금 체불 구제 접근성 향상: 현재 체불임금 신고를 해도 "근로자가 아니다"는 주장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 추정이 깔리면 노동청 진정이 바로 가능해진다.
- 단체교섭권 논쟁 재점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노란봉투법)으로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의 단결권이 일부 확대됐지만, 추정제가 더해지면 교섭력이 한층 강화된다.
사업자 측에서 주목할 포인트
추정제는 사용자 쪽에도 즉각적인 실무 과제를 던진다.
- 계약서 재검토: "프리랜서 계약"이라고 써놓은 것만으로는 추정을 깰 수 없다. 실질적 독립성(스스로 업무 방식 결정, 다른 사업자와 동시 계약, 손익 귀속 등)을 계약과 운영 실무 양쪽에서 갖춰야 한다.
- 알고리즘 통제 구조 점검: 배차 알고리즘, 평점 시스템, 수락률 요건 등이 "종속성"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지금부터 운영 방식을 문서화해두는 것이 소송 대비에 유리하다.
- 4대보험 비용 시뮬레이션: 추정이 뒤집히지 않아 근로자로 인정되면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월 보수의 약 9~10%)이 소급 적용될 수 있다. 규모가 큰 플랫폼일수록 충격이 크다.
남은 과제 — 법이 통과된다고 끝이 아니다
추정제를 둘러싼 논쟁은 입법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다.
첫째, 추정의 범위다. 모든 노무제공자를 대상으로 할지, 특정 플랫폼 종사자만 적용할지에 따라 파급력이 크게 달라진다. 독일·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플랫폼 배달 종사자에 한정한 추정제를 먼저 도입했다.
둘째, 추정 반박 요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너무 쉽게 반박할 수 있으면 추정제가 유명무실해지고, 너무 엄격하면 진짜 1인 사업자도 근로자로 묶이는 부작용이 생긴다.
셋째, 법원의 해석이다. 추정제가 도입돼도 실제 분쟁은 법원에서 결론 난다. 대법원이 추정 반박 요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법의 실질적 효과가 결정된다.
5월 입법 예고는 시작에 불과하다. 예고 후 의견 수렴, 국회 심의, 시행령 정비까지 거치면 실제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 "일하는 사람이면 일단 보호받는다"는 원칙을 법제화하는 흐름은 이미 멈추기 어렵다.
플랫폼 기업 법무팀과 특수고용직 노동자 모두, 지금 입법 예고안을 주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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