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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2026년 4월 12일뉴스룸

🎯 33시간 만에 수습된 시신 — 잠수함 화재가 드러낸 원청 안전의무의 민낯

HD현대중공업 잠수함 화재 사망 사건으로 다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도급인 책임

4월 9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잠수함 배터리룸에서 화재가 발생해 하청업체 소속 60대 여성 노동자가 33시간 만에 시신으로 수습됐다. 10년간 원청 중대재해 34건 중 22건이 하청 노동자 피해라는 통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도급인 책임 요건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지 않)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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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1조 작업 원칙, 지켜지지 않았다"

4월 9일 오후 1시 35분,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잠수함 공장.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P971) 배터리룸 인근에서 폭발 추정 화재가 발생했다. 47명의 작업자 중 46명은 대피했다. 그리고 한 명 — 하청업체 시스텍 소속 60대 여성 노동자 — 이 내부에 남겨졌다.

좁은 내부 구조, 고인 물, 합선 위험, 배터리 폭발 우려. 구조대는 33시간 동안 접근을 반복했고, 결국 4월 10일 밤 11시 18분에 시신을 수습했다. 노조는 말했다. "예견된 인재(人災)다."

구조적 패턴 — 10년 34건, 22건은 하청

이번 사고가 충격적인 건 단지 숫자 때문만이 아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밝힌 통계가 있다. 최근 10년간 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34건 가운데 22건이 하청·외주업체 노동자 피해였다. 전체의 65%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다.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일수록 하청업체가 맡고, 원청은 그 위험에서 물리적으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그러나 법은 그 한 발짝을 면죄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 적어도 조문 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 원청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이렇게 규정한다.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원청(도급인)이 하청 노동자 사망에도 책임을 진다. 첫째, 도급·용역·위탁 관계가 있을 것. 둘째, 원청이 그 시설·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을 것.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어떤가. 작업이 이루어진 잠수함 공장은 원청의 시설이다. 작업 일정과 공정 관리도 원청이 총괄한다. 배터리룸 진입 허가 절차가 있었다면 그 역시 원청의 관리 영역이다.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실무에서 주목할 세 가지 쟁점

1. 밀폐공간 특별 안전 기준 준수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1은 잠수함 배터리룸처럼 산소 결핍 또는 가스 폭발 위험이 있는 공간을 밀폐공간(밀폐된 공간)으로 분류한다. 밀폐공간 작업에는 사전 산소 농도 측정, 환기 확보, 감시인 배치, 2인 1조 작업 준수가 의무다. 노조는 이번 사고에서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원청과 하청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2.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 가능성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CEO 또는 실질적 경영 권한을 가진 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다. 원청이 제5조 요건을 충족하면, 원청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처벌 대상이 된다.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조항의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3. 수사 방향 — 업무상 과실치사 vs 중대재해처벌법

경찰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별도로 조사한다. 두 수사는 병행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단순 과실이 아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 불이행을 따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안전 매뉴얼이 있었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이 이루어졌는지, 비상 대피 계획이 문서화됐는지가 수사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원청이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것

  • 도급 현장 목록 전수 파악: 원청 시설 내에서 하청·용역·위탁 업체가 작업 중인 모든 현장을 목록화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적용 대상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다.
  • 밀폐공간 작업 절차서 보유 확인: 산소 농도 측정 기록, 감시인 배치 일지, 작업 허가서(PTW, Permit to Work)가 작업 전 발행·유지되는지 확인한다.
  • 비상 대응 매뉴얼 구체성 점검: "비상구로 대피한다"는 수준의 매뉴얼은 밀폐공간에서 무용지물이다. 특수 구조 장비, 연락 체계, 구조 불가 시 대기 절차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 하청 작업자 안전 교육 이력 관리: 원청이 하청 노동자 교육을 직접 시킬 의무는 없지만, 교육 이수 확인을 계약 조건으로 포함시키고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이것이 "관리 의무를 다했다"는 근거가 된다.
  • 반기 점검 기록 갱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도급인에게 반기 1회 이상 수급인 안전보건 활동을 점검할 의무를 부과한다. 가장 최근 점검 기록이 언제인지, 잠수함 배터리룸 같은 고위험 공간이 점검 대상에 포함됐는지 확인한다.

"예견된 인재" — 이 말이 법정에서 갖는 무게

노조가 "예견된 인재"라고 부른 데는 이유가 있다. 잠수함 배터리룸은 밀폐공간 중에서도 위험도가 최상위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렵고, 협소한 공간에서 전기 합선과 유독가스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조선소 현장 관리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예견 가능한 위험"에 대한 예방 체계 구축을 핵심 의무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구조다.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창정비 작업의 특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 위험성에 맞는 안전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다.

10년간 34건 중대재해, 22건이 하청 노동자. 이 숫자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원청의 안전 관리 의무는 조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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