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기관 절반이 공무직 기본급을 최저임금 아래로 준다 — 2만 2천명의 임금 구조 실태
복리후생비 합산하면 합법, 그러나 퇴직금·시간외수당은 낮은 기본급 기준으로 연쇄 하락
공공연대노동조합 조사 결과 56개 국가기관 중 29곳의 공무직 기본급이 법정 최저임금(월 215만 6,880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근로자는 2만 2,266명. 식대를 합산하면 법 위반은 아니지만, 낮은 기본급은 시간외수당·퇴직금 연쇄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보훈부 경비직의 2026년 기본급은 월 192만 원이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 월 환산액 215만 6,880원보다 23만 원 가까이 낮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 기관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식대 20만 원을 합산하면 기준선을 넘기 때문이다. 법 위반은 아니지만, 이 구조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 시간외수당과 퇴직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이 4월 16일 국회소통관에서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56개 국가기관·중앙행정기관을 정보공개청구로 들여다봤더니, 29개 기관(절반 이상)의 공무직 기본급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피해 대상 근로자는 최소 2만 2,266명으로 집계됐다.
어느 부처가, 얼마나 낮은가
조사 결과 기본급이 가장 낮은 기관은 국가보훈부(1,928,980원)였다. 최저임금보다 227,900원 낮다. 그 뒤를 이어 국토교통부(1,956,270원), 국가데이터처(1,961,650원), 방위사업청(1,963,500원) 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목록에는 고용노동부(2,016,880원)도 포함됐다. 노동자의 임금을 관리·감독하는 부처가, 자신이 고용한 공무직의 기본급을 최저임금 아래로 책정하고 있었다.
공무직은 정부 기관에서 청소·경비·시설관리·행정보조 등을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다. 형식상 공공이지만, 처우는 민간 용역보다 나을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왜 이게 가능한가 — 최저임금법 제6조의 허점
2018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게 됐다(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개정 취지는 기본급은 낮고 상여금·식대는 높은 고임금 사업장의 명목상 미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개정이 공공부문에서 역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각 기관은 식대·복리후생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기준선을 넘기면서, 기본급 인상은 최소화해왔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이 인건비 총액을 통제하는 구조에서, 식대가 오르면 기본급이 눌리는 구조가 고착됐다.
법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 시간외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며, 통상임금은 원칙적으로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식대가 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지만, 기본급이 낮으면 연장근로 시 가산임금 자체가 낮아진다.
- 퇴직금: 평균임금(퇴직 전 3개월 임금 총액 ÷ 총일수)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매월 지급되는 식대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만, 지급되지 않는 달이 있거나 현물 지급이면 제외될 수 있다. 기본급이 낮을수록 장기 근속자의 퇴직금이 하락한다.
- 물가 역행: 노조 조사에 따르면 2022~2026년 물가 상승률은 16.3%인데, 공무직 임금 인상률은 12.7%에 그쳤다. 실질임금이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구조적 문제 — 예산권과 교섭권의 분리
공무직 임금 문제의 핵심은 예산을 쥔 곳과 교섭하는 곳이 다르다는 데 있다. 각 기관(국가보훈부, 고용노동부 등)이 공무직과 임금을 협상하지만, 실제 인건비 예산 상한선은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이 결정한다. 개별 기관은 예산이 없다는 말 뒤에 숨고, 기획재정부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한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이번 발표에서 기획재정부의 직접 교섭 참여를 핵심 요구로 내걸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가진 자를 사용자로 보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기획재정부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노란봉투법 시행(2026년 3월)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 4곳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동위원회 판정이 잇달아 나왔다. 공무직 영역으로 이 논리가 확산될 경우, 기획재정부가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번 이슈는 공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유사한 임금 구조를 설계하는 사례가 있다. 다음 포인트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아도 되는가? 식대·복리후생비를 포함해 최저임금을 충족하면 법 위반은 아니다. 단, 복리후생비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전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경우에만 산입된다(최저임금법 시행규칙 제2조).
- 퇴직금 산정 시 식대 포함 여부: 매월 현금으로 일정액이 지급되는 식대는 통상적으로 평균임금에 포함된다. 그러나 현물(실물 식사 제공) 형태이면 제외된다. 계약서·급여명세서에 어떻게 기재됐는지가 중요하다.
- 시간외수당 산정 기준 재확인: 통상임금 범위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는지를 취업규칙·단체협약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연장근로수당 산정 기준도 최저임금액으로 보정해야 한다.
- 임금 총액과 구조 분리해서 볼 것: 임금 총액이 최저임금을 초과하더라도, 기본급 비중이 지나치게 낮으면 법적 분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퇴직금 청구 시 기본급 기준으로 역산하는 경우가 많다.
- 공공기관 근무 중이라면: 소속 기관의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은지 확인하고, 미지급 시간외수당이나 퇴직금 차액이 발생했다면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 근로기준법 제49조) 내에 청구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실태조사는 공무직 임금 문제를 단순한 저임금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임금 설계의 문제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법의 복리후생비 산입 조항이 원래 의도와 반대로 저임금 구조를 은폐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입법 개선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확대 해석이 공공부문으로 번질 경우, 기획재정부가 직접 교섭 의무를 갖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반대로 기획재정부가 교섭을 계속 거부한다면, 공무직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내는 경로로 이동할 것이다.
국가기관이 법정 최저를 최고 기준으로 삼아 공무직을 고용한다는 노조의 표현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2만 2천 명의 임금 구조가 이번 조사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다음 싸움은 예산지침 통제권을 쥔 기획재정부와의 교섭 테이블에서 벌어질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무조건 법 위반인가요?
아닙니다. 매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식대 등 복리후생비를 합산해 최저임금 이상이 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닙니다. 단, 복리후생비는 전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경우에만 산입됩니다(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Q. 기본급이 낮으면 퇴직금도 적어지나요?
그렇습니다. 퇴직금은 평균임금(퇴직 전 3개월 임금 총액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기본급이 낮으면 평균임금이 낮아지고, 장기 근속자일수록 퇴직금 손실이 누적됩니다. 매월 현금으로 지급되는 식대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만, 현물 지급이면 제외됩니다.
Q. 공무직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근로기준법 제49조). 재직 중이거나 퇴직 후 3년 이내에 고용노동부 임금체불 진정 또는 민사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 차액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 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Q. 기획재정부도 교섭 의무를 갖는 사용자가 될 수 있나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제2조) 시행 이후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해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지침으로 공무직 임금 상한을 결정한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아직 확정된 판정은 없습니다.
Q. 식대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기준이 있나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모든 소정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식대는 최저임금 산입 대상입니다. 일부 근로자에게만 지급되거나 현물(실물 식사)로 제공되면 산입되지 않습니다(최저임금법 시행규칙 제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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