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다이브 목록
뉴스해설2026년 4월 2일뉴스룸

🎯 대리운전 요금 1만5천 원, 기사 손에 남는 건 9천 원 — '일하면 근로자' 법이 바꿀 수 있는 것들

노조법상 근로자는 맞는데 근로기준법 보호는 못 받는 모순, 근로자 추정제가 해답일까

밤 11시, 술자리를 마친 고객이 앱을 누르면 대리운전 기사가 달려옵니다. 요금은 1만5천 원. 그런데 이 중 기사의 손에 남는 돈은 9천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40%는 플랫폼 수수료, 보험료, 관리비 등 각종 명목으로 빠져나갑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6,979원 — 2026년 최저시급 10,32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대리운전#근로자성#근로자추정제#플랫폼노동#노동조합법#근로기준법#노란봉투법

요금의 40%가 사라지는 구조, 알고 계셨나요?

밤 11시, 술자리를 마친 고객이 앱을 누르면 대리운전 기사가 달려옵니다. 요금은 1만5천 원. 그런데 이 중 기사의 손에 남는 돈은 9천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40%는 플랫폼 수수료, 보험료, 관리비 등 각종 명목으로 빠져나갑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6,979원 — 2026년 최저시급 10,32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게는 최저임금법도, 퇴직금도, 연차휴가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26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외친 구호가 이 모순을 정확히 짚습니다.

"중간착취와 비용전가, 노동권 차별을 멈춰라!"

노조법 근로자는 되는데, 근로기준법 근로자는 안 된다?

2024년 9월 27일, 대법원은 대리운전 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다267491).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으로는 대리운전 기사를 '독립적 계약자'로 봅니다. 핵심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사가 근무 시간과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
  • 고정급이 아닌 건별 수수료 방식인지
  • 다른 플랫폼과 동시에 일할 수 있는지
  • 차량 등 업무 도구 비용을 기사가 부담하는지

이 기준대로라면 대리운전 기사는 '자유로운 사업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플랫폼 알고리즘이 배차를 통제하고, 콜 거부율이 높으면 불이익을 주며, 요금 결정권은 기사에게 없습니다. 형식은 독립사업자, 실질은 종속 노동 — 이것이 25만 대리운전 기사가 처한 현실입니다.

왜 지금 '근로자 추정제'가 뜨거운가

이 모순을 풀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근로자 추정제입니다. 현행법에서는 '나는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쪽이 종속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개인 기사가 대기업 플랫폼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는 이 구도를 뒤집습니다.

  1. 원칙: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일단 근로자로 추정한다
  2. 반증: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3. 효과: 최저임금, 퇴직금, 산재보험, 근로시간 제한 등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업무보고에서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근로자 추정제)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안이 양대 축입니다. 이르면 5월 노동절을 전후로 입법 절차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밑그림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법은 플랫폼 종사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플랫폼 사업자를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대리운전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비로소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노조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단체교섭권이 있어도 최저임금, 퇴직금, 산재보험 같은 개별적 근로조건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플랫폼 기업과 인사담당자가 즉시 점검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 계약서 재점검: '위탁계약', '업무제휴계약' 등 형식적 명칭만으로는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됩니다.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를 기준으로 재분류해야 합니다.
  • 4대보험 적용 확대 대비: 현재 대리운전 기사에게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만 특례로 적용됩니다. 근로자로 추정될 경우 국민연금, 건강보험까지 사업주 부담이 발생합니다.
  • 알고리즘 통제 감사: 대법원이 '타다' 판결(2024두32973)에서 알고리즘의 배차·경로·요금·평가 통제를 사실상 지휘·감독으로 본 만큼,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 자체가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 수수료 구조 투명화: 요금 대비 기사 실수령 비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중간착취' 논란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수수료 항목별 공개가 선제적 리스크 관리입니다.
  • 단체교섭 준비: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플랫폼 종사자 노조의 교섭 요구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교섭 거부 시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5만 기사의 미래, 법 한 줄에 달렸다

플랫폼 경제의 규모는 이미 74조 원, 종사자는 260만 명을 넘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만 해도 약 25만 명입니다. 이들이 근로기준법 밖에 있다는 것은 최저임금도, 퇴직금도, 해고 제한도 없이 일한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플랫폼 노동의 실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입법부는 근로자 추정제라는 제도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일하면 근로자'라는 원칙이 법전에 새겨지는 원년이 될 수 있을지, 입법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충돌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 플랫폼 노동 종사자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업장이 주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