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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2026년 4월 2일뉴스룸

🎯 주 4.5일제, 324억 시범사업 시작 — 우리 회사도 금요일 반차 받을 수 있을까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주 4.5일 근무 시범사업에 나섰다. 지원금부터 신청 조건, 현장 반응까지 꼼꼼히 뜯어본다.

정부가 276억 원 규모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60만 원을 지원하며, 2028년까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 선행 사업에서는 생산성 2.1% 향상, 이직률 5.4%p 감소 등 긍정적 결과가 나왔지만, 업무 압축으로 인한 피로도 증가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주4.5일제#실노동시간단축#워라밸#근로기준법#고용노동부#시범사업

금요일 오후, 사무실이 텅 비는 회사가 늘고 있다. 단순히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가 276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17억 원짜리 전문 컨설팅까지 붙여가며 밀어붙이는 정책이 뒤에 있다. 주 4.5일제 시범사업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고용노동부는 2026년 '워라밸+4.5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주 4.5일제 도입 지원 시범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핵심 골자는 이렇다.

  • 노사 합의로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20만~60만 원의 임금 보전 장려금 지급
  • 20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월 30만~50만 원, 50인 이상 기업은 월 20만~40만 원 차등 지원
  • 생명안전·위험업무 종사 업종에는 월 10만 원 추가 지원
  • 주 4.5일제 도입 후 신규 채용 시 1인당 월 최대 80만 원을 6개월간 지원
  • 주 4.5일제 특화 컨설팅에 별도 17억 원 편성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 급여를 깎으면서 쉬는 날만 늘리는 건 이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왜 하필 '4.5일'인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약 1,872시간(2024년 기준)으로, OECD 평균(약 1,700시간대)보다 170시간 이상 길다. 정부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의 첫 단추로 주 4.5일제를 선택했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 근로시간을 4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주 5일 기준으로 하루 8시간이다. 주 4.5일제는 이 틀 안에서 금요일 근무를 4시간(반일)으로 줄이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법 개정 없이도 노사 합의만으로 도입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정부가 '시범사업'부터 시작한 이유다.

다만 정부의 최종 목표는 더 멀리 있다. 2028년까지 법정 근로시간 자체를 단축해 주 4.5일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공식 로드맵이다. 올해 안에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을 제정하고, 12월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경기도는 이미 2024년부터 자체적으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가 꽤 흥미롭다.

  •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2.1% 상승
  • 채용 경쟁률 10.3대 1에서 17.7대 1로 급등
  • 이직률 22.8%에서 17.4%로 5.4%p 하락
  • 주 4.5일제 경험 직원 중 52%가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응답

해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서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실험에서는 매출이 평균 35% 증가하고, 퇴사율이 57% 감소하는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시민노동연구소와 노동조합 센터가 주 4.5일제를 도입한 중소기업 3곳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업무 압축(work compression)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줄어든 시간 안에 같은 양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오히려 피로도가 올라가는 역설이 생긴 것이다. 특히 고객 응대나 현장 운영 직군에서는 반일 근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인사담당자가 지금 체크해야 할 5가지

  1. 노사 합의서 준비: 시범사업 신청의 필수 전제. 근로시간 단축 방식, 임금 보전 방법,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2. 취업규칙 변경 검토: 소정근로시간(주 40시간에서 36시간 등)이 바뀌면 취업규칙 변경 절차(근로기준법 제94조, 근로자 과반수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
  3. 통상임금·연장수당 재계산: 소정근로시간이 줄면 시간당 통상임금 단가가 올라간다. 연장근로 발생 시 수당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미리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4. 업종별 적합성 판단: 생명안전·위험업무 업종은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교대근무 편성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5. 불필요한 업무 제거 선행: 성공 사례 기업들의 공통점은 '시간을 줄이기 전에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를 먼저 없앴다'는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없이 근무일만 줄이면 압축 피로만 남는다

2028년, 법이 바뀐다

정부의 로드맵은 명확하다. 2026년 시범사업으로 현장 데이터를 모으고, 올해 안에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을 제정한 뒤, 2028년에는 법정 근로시간 자체를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성공하면 2004년 주 5일제 도입 이후 24년 만의 법정 근로시간 변경이 된다.

물론 변수는 있다. 중소기업계의 반발, 업종별 편차, 그리고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라는 전제가 모든 직무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현실적 검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방향은 정해졌다. 금요일 오후의 풍경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다만 그 변화가 진짜 '쉼'이 될지, 아니면 '압축된 고통'이 될지는 각 회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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