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이 사용자라고? — 인덕대·성공회대 판정으로 본 노란봉투법 교섭의무의 실체
민간 부문 최초 원청 사용자성 인정,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가 바꾸는 교섭 지형
2026년 4월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인덕대·성공회대에 대해 민간 부문 최초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습니다.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기준이 실제 적용된 첫 민간 사례로, 용역·하도급 구조를 가진 기업의 교섭 의제별 사용자성 검토가 필수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우리 학교 청소·시설관리 직원은 용역업체 소속인데, 왜 대학이 교섭에 나서야 하죠?" — 2026년 4월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인덕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 대해 민간 부문 최초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개정 노조법(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온 이 판정은,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 영역까지 원청 교섭의무가 확장되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를 어떻게 재정의했나
핵심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입니다. 개정 전에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한정했습니다. 개정법은 여기에 결정적인 한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
이 문장이 갖는 무게는 상당합니다. 기존에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를 통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인정하는 법리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판례 해석의 영역이었습니다. 개정법은 이를 법률 조문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원청의 교섭 의무를 더 이상 해석론에 의존하지 않고 법 문언에서 직접 도출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인덕대·성공회대 판정 — 무엇이 인정됐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소속 하청 노동자들은 개정 노조법 시행 직후, 인덕대와 성공회대를 상대로 교섭요구를 제기했습니다. 두 대학 모두 시설관리·청소 등 용역을 외주업체에 위탁하고 있었고, 대학 측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하청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냈고, 노동위는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 핵심은 이렇습니다.
- "해당 원청(대학)이 하청 근로자의 일부 노동조건 또는 근무환경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
- 대학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구조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점
- 휴게시설 등 작업환경 개선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
-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 원청이 지급하는 도급비에 구조적으로 좌우되는 점
노동위가 제시한 교섭 의제는 5가지로,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 임금, 근로시간입니다. 다만 모든 의제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따르면, 원청의 교섭의무 범위는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로 한정됩니다. 예컨대 임금 인상률을 사실상 원청이 결정하는 구조라면 임금 교섭의무가 인정되지만,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 납품기한이나 품질 기준을 제시하는 행위만으로는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 — '구조적 통제'가 기준
고용노동부는 2025년 12월 해석지침을 통해, 원청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업무 지시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원청이 하청의 근로조건 결정 자율성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구체적 판단 요소로는 다음이 언급됩니다.
- 안전 영역: 작업공정, 안전절차 등 전반적 관리체계를 원청이 통제하는지
- 임금 영역: 인건비를 사실상 원청이 결정하거나 인상률을 직접 제시하는지
- 근로시간: 출퇴근 시각, 교대 패턴 등을 원청 사업장 운영에 맞춰 결정하는지
- 작업환경: 휴게실, 탈의실, 안전장비 등 근무환경을 원청이 관리하는지
이 기준은 대법원이 2007두8881 판결에서 제시한 법리 — 즉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표현을 실무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한 것입니다.
공공부문 선례에서 민간까지 — 확산의 흐름
인덕대·성공회대 판정 이전에도 이미 공공부문 6건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바 있습니다. 2026년 4월 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에 대해 최초로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이후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추가 인정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인덕대·성공회대 판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간 부문 최초라는 점에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정부 지침에 따라 교섭에 비교적 순응하는 편이지만, 민간 기업·대학은 비용 부담과 경영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저항이 클 수 있습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이번 판정에 대해 "대학과 공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업무는 시설 유지와 운영에 필수적인 노동"이라며, "시설관리·청소, 공항 운영 등 필수 업무에 대한 교섭을 회피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원청이 불복하면? — 이후 절차와 실무 대응
노동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두 대학은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사실을 7일간 공고해야 합니다(노조법 제29조의2).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3호,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거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불복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시정명령 송달일로부터 10일 이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
- 2단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결정에 불복 시 행정소송 제기
실무에서 주의할 점은, 재심이나 행정소송 중이라도 노동위의 시정명령 효력은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청 입장에서는 불복 절차를 밟더라도 우선 교섭요구사실 공고는 이행해두는 것이 부당노동행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인사담당 실무자라면 다음 사항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업장 내 용역·도급 근로자의 근로시간, 임금, 안전관리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사항은 무엇인지
- 도급계약서상 업무 지시 범위와 실제 현장의 지휘 체계가 일치하는지
-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가 들어올 경우,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범위를 사전에 검토했는지
- 교섭요구사실 공고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경영진에 공유했는지
핵심 정리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기준으로 원청의 사용자 범위를 법문에 명시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인덕대·성공회대 판정은 이 조항이 민간 부문에서도 실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입니다. 대법원 2007두8881 판결로 형성된 '실질적 지배력' 법리가 법률로 격상됨에 따라, 용역·하도급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면 교섭 의제별 사용자성 검토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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