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 갱신기대권, 인정받는 경우와 기각되는 경우
기간제 근로계약 만료 후에도 근로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갱신기대권 법리를 실무 중심으로 해설합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법리다. 반복 갱신, 상시 업무, 동종 근로자의 갱신 현황 등을 종합 고려해 인정 여부가 결정되며, 인정되면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를 증명해야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해 왔다. 별다른 문제 없이 두 번, 세 번 계약을 갱신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말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걸로 끝인 걸까?
이 질문에 대해 법원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한다. 바로 갱신기대권이라는 법리 때문이다.
갱신기대권이란 무엇인가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 근로계약이 만료되더라도 근로자에게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가 형성된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이를 부당해고와 같이 취급하는 법리다.
흥미로운 점은 이 권리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같은 조 제2항은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갱신기대권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판례법리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원칙과 연결된다.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
대법원은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대법원 2007두1729 판결 등).
- 규정상 근거 —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을 갱신한다"는 규정이 있는지
- 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 왜 기간제로 채용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 갱신 요건과 절차의 실태 — 갱신 기준이 정해져 있었는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었는지
- 업무의 내용 —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인지
- 동종 근로자의 갱신 현황 — 같은 조건의 다른 근로자들은 계약이 갱신되었는지
규정에 갱신 조항이 있으면 비교적 명확하다. 문제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경우다. 이때 법원은 위 요소들을 종합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는지를 본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사례
실제 법원이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사례를 보면 공통된 패턴이 있다.
반복 갱신 + 상시 업무
대법원 2007두1729 판결에서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가 1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근무했는데, 법원은 장애인콜택시 사업이 한시적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고, 위수탁 계약에 기간 연장 규정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동일 업무 수행
최근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대법원 2015두44493)에서는, 용역업체가 바뀌었지만 근로자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한 점, 근로계약서에서 근로자의 경력을 고용의 중요한 사유로 명시한 점, 실제 약 85%의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을 갱신받은 점 등을 종합해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인사평가 기준이 자의적인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인사평가 결과를 근거로 갱신을 거절한 사건도 있다. 법원은 평가자 1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 평가, 객관적 기준이나 이의제기 절차가 없는 평가는 합리적 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이 판결은 평가 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갱신기대권이 기각된 사례
반대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에서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
채용 단계에서 비정규직 한정 명시
채용공고에 "계약직 전환 불가"를 명시하고, 실제로도 정규직 전환 전례가 없었던 경우, 법원은 근로자에게 갱신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시적 프로젝트 업무
업무 자체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한시적 성격이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해당 업무 자체가 소멸하는 경우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단기 대체 근무도 마찬가지다.
극히 짧은 계약 기간의 반복
2주에서 6개월 단위로 14회에 걸쳐 계약을 반복한 사건에서, 법원은 정규직 전환 전례가 전혀 없고 업무가 한시적이라는 이유로 갱신기대권을 부정했다. 단순히 계약 횟수가 많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갱신 거절이 유효하려면 — 사용자의 입증 책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사용자가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이 증명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
합리적 이유의 판단 기준도 구체적이다.
-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 근로계약 체결 경위
-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이 요소들을 종합해 갱신 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판단한다. 단순히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근로계약서에 "갱신 배제" 조항이 있어도 안심할 수 없다
근로계약서에 "본 계약은 갱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어두더라도, 실제 운영 실태가 이와 다르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 반복적으로 갱신해 왔다면 계약서 문구만으로는 갱신기대권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사평가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성과 부진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평가의 객관성이 핵심이다. 법원이 인정하는 수준의 평가 제도를 갖추려면 복수 평가자에 의한 다면평가, 명확한 평가 기준의 사전 고지,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2년 초과 시 무기계약 전환과의 관계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 갱신기대권은 이 2년 이내의 기간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2년이 되기 전에 갱신을 거절하더라도 합리적 이유가 없으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구제 절차
갱신기대권이 침해되었다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라 부당해고가 있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구제받을 수 없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핵심 정리
기간제 근로계약이 만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를 증명해야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반복 갱신 이력, 상시적 업무, 동종 근로자의 갱신 현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며, 계약서의 형식적 문구보다 실제 운영 실태가 더 중요하다.
갱신기대권은 기간제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고히 자리잡은 법리다. 기간제 근로자를 운용하는 사업장이라면 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할 때 이 법리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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