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회피노력의 기준 — 판례로 보는 체크리스트 (경영상해고 시리즈 3편)
배치전환·희망퇴직·임금삭감 — 법원이 '노력했다'고 인정한 순서와 기준을 실제 사건으로 추적한다
경영상해고의 두 번째 관문인 해고회피노력은 '할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다 했는가'가 핵심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정리해고 전후로 120명을 신규 채용하고 성과급을 지급해 6년 만에 부당해고 확정 판결을 받았고, 코로나 항공사는 무급휴직·급여반납·희망퇴직을 단계적으로 실시해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350명을 희망퇴직시키고도 남은 7명을 정리해고한 증권사가 있었습니다. 회사는 자신만만했습니다. "이 정도 구조조정을 했는데 해고회피노력이 부족하다고?" 그런데 대법원은 두 번이나 파기환송을 명령했고, 6년 뒤 그 해고는 부당해고로 확정됩니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사실상 제로가 된 항공사가 조종사를 정리해고했습니다. 노조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안 받고, 순환무급휴직도 거부했다"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했다"고 판단합니다.
같은 정리해고인데 왜 결론이 갈릴까요. 경영상해고 시리즈 2편에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기준을 살펴봤다면, 이번 3편에서는 그 다음 관문인 해고회피노력을 파고듭니다.
법이 말하는 해고회피노력이란
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은 경영상해고를 하려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법 조문 자체가 추상적입니다. '노력을 다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법은 말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이 빈칸을 채웠습니다. 대법원 92다14779 판결(1992. 12. 22.)은 해고회피노력의 정의를 이렇게 제시합니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30년이 넘은 판결이지만, 이 문장은 지금도 거의 모든 경영상해고 분쟁에서 인용됩니다. 핵심은 '가능한 모든 조치'라는 표현입니다. 하나만 해서는 부족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합니다.
진 사건 — 한화투자증권, 6년간의 법정 싸움
2013년 12월, 한화투자증권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직원 35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합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7명이 2014년 2월 정리해고됐습니다.
1심과 2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줍니다. "임원 수 축소, 복지후생 축소 등 자구책을 시행했고, 노사 협의를 거쳐 감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7년 6월 원심을 파기환송합니다. 이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 정리해고 전후로 정규직 55명, 계약직 59명, 임원 6명을 신규 채용했다
- 일부 부서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 신규채용 등에 지출된 비용이 정리해고로 절감되는 비용보다 훨씬 컸다
- 근무시간 단축, 일시휴직, 순환휴직 등 해고 대안을 시도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 취지를 무시하고 다시 회사 측 손을 들어줍니다. 대법원은 2019년 11월 두 번째 파기환송을 명령합니다. 결국 2020년 6월,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해고는 부당해고로 확정됩니다. 정리해고로부터 6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한쪽에서 사람을 자르면서 다른 쪽에서 사람을 뽑으면, 해고회피노력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긴 사건 — 코로나 항공사, 조종사 정리해고
2020년,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체가 마비됩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일본 노선 수요 급감과 팬데믹이 겹치면서 매출이 사실상 증발합니다. 회사는 조종사들을 정리해고합니다.
조종사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고용보험법상 지원제도)을 신청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제안한 순환무급휴직도 거부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1035 판결(2024. 5. 2.)의 판단은 이러했습니다.
- 자발적 무급순환휴직을 2019년부터 실시해왔다
- 2020년 초 임직원 급여 반납 및 근무 단축으로 인건비를 절감했다
- 2020년 4~5월 5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 노조와 총 17차례 협의를 진행하며 실질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미신청에 대해서는, 회사가 임금 체불과 보험료 체납 등으로 지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법원이 합리적 사유로 인정했습니다. 조종사 노조가 제안한 '조종사만의 순환무급휴직'에 대해서도 회사의 거부가 일응의 합리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결론: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승패를 가른 핵심 — 무엇이 달랐나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 구분 | 한화투자증권 (패소) | 코로나 항공사 (승소) |
|---|---|---|
| 신규 채용 | 정리해고 전후 정규직·계약직·임원 120명 채용 | 신규 채용 동결 |
| 임금 조정 | 성과급 지급 지속 | 임직원 급여 반납, 근무시간 단축 |
| 휴직 제도 | 일시휴직·순환휴직 미실시 | 자발적 무급순환휴직 실시 |
| 희망퇴직 | 실시했으나 전체 구조조정 규모 과다 | 5차례 반복 실시 |
| 노조 협의 | 노사 합의 감원 목표 초과 가능성 | 17차례 실질 협의 |
법원이 보는 해고회피노력의 핵심은 결국 일관성입니다. 사람을 줄이겠다면서 다른 곳에서 사람을 뽑거나 보너스를 주면 안 됩니다. 해고가 불가피했다면 그 전에 임금을 깎고, 휴직을 돌리고, 희망퇴직을 반복하는 순서를 밟아야 합니다.
법원이 인정하는 해고회피노력의 순서
판례를 종합하면, 법원은 다음과 같은 단계적 조치를 기대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 신규 채용 중단 — 가장 기본적인 조치. 이것도 안 했다면 다른 노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 경비 절감·경영 합리화 — 불필요한 지출 축소, 임원 보수 삭감, 복리후생 조정
- 근로시간 단축·일시휴직·순환휴직 — 고용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 임금 삭감·반납 —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노력 불인정
- 배치전환·전보 — 다른 부서·사업장으로 이동 가능성 검토
- 희망퇴직 모집 — 자발적 퇴직 기회를 부여하되, 조건이 합리적이어야 함
- 정리해고 — 위 조치를 모두 시도한 후의 최후 수단
대법원 92다14779 판결이 말한 것처럼, 이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모든 조치를 반드시 순서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너뛴 단계가 많을수록 해고회피노력 불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회사가 정리해고를 검토할 때 —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
-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했는가 — 정리해고 전후 6개월 이내 채용 이력이 있으면 치명적
- 임원 보수를 먼저 삭감했는가 — 임원은 그대로인데 직원만 자르면 형평성 문제
- 휴직·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했는가 — 시도하지 않은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함
- 희망퇴직 조건이 합리적이었는가 — 퇴직금 상한이 지나치게 낮으면 실질적 노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움
- 배치전환 가능성을 검토했는가 — 다른 사업장·부서에 결원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함
- 이 모든 과정을 문서화했는가 — 구두로 했다는 주장은 입증에 실패하기 쉬움
해고 통보를 받은 근로자가 확인할 사항
- 해고 전후 회사가 신규 채용을 했는지 (구인사이트·공시자료로 확인 가능)
- 임원 보수나 성과급이 유지 또는 인상됐는지
- 희망퇴직 공고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조건이 어떠했는지
-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했는지
- 다른 부서로 배치전환 제안이 있었는지
한 줄 정리
해고회피노력은 '했다/안 했다'의 이분법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다 했는가, 그리고 그 과정이 일관되고 문서화되어 있는가를 법원은 봅니다. 한쪽에서 자르고 다른 쪽에서 뽑는 모순이 보이는 순간, 6년이 걸려서라도 해고는 뒤집힙니다.
다음 4편에서는 경영상해고의 네 번째 요건인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다룹니다. 50일 전 통보의 의미, 실질적 협의와 형식적 협의의 차이를 판례로 분석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희망퇴직만 실시하면 해고회피노력을 다한 건가요?
아닙니다. 희망퇴직은 해고회피노력의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신규 채용 중단, 임금 조정, 휴직 제도 활용 등 다른 조치도 함께 시도해야 합니다.
Q.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해고회피노력 불인정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1035 판결에서 보듯, 보험료 체납 등으로 지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합리적 사유가 있다면 미신청 자체가 곧바로 노력 부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무 이유 없이 신청하지 않았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정리해고 직후 사람을 뽑으면 무조건 부당해고인가요?
채용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해고된 직원과 완전히 다른 직종·직급의 소수 채용이라면 해고회피노력과 무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 사건처럼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고, 채용 비용이 해고로 절감하는 비용보다 크다면 해고회피노력은 부정됩니다.
Q. 경영상해고 시리즈 1~2편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1편은 경영상해고의 전체 요건과 절차 흐름을, 2편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인정 기준을 다뤘습니다. 노란봉투법 가이드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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