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11개월의 덫' — 기간제법, 20년 만에 왜 손보려 하나
이재명 대통령 '2년 고용금지법' 발언에 노동부 실태조사 착수 — 계약기간 3년 연장 포함 전면 재검토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06년 시행 이후 20년 만에 전면 재검토 수술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라고 직접 비판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사업체 1,500곳·기간제 근로자 4,000명 대상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매달 1일, 수백만 명의 계약직 근로자들이 퇴사 통보를 받는다. 해고가 아니다. 계약 만료다. 정확히는 1년 11개월짜리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0일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이 현실을 직접 꼬집었다. "보호하자고 만든 기간제법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버렸다." 발언이 나온 지 사흘 만에 고용노동부가 움직였다. 2006년 법 시행 이후 20년 만의 전면 재검토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고용노동부는 4월 13일 기간제 활용 실태조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하며, 조사 규모는 사업체 1,500곳·기간제 근로자 4,000명이다. 6월 중 완료를 목표로 하며,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년으로 제한된 계약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20년간 꿈쩍 않던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2년 상한'이 실질적인 개편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왜 20년이 지나서야 이 논의가 나왔나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정규직 보호를 목표로 도입됐다. 핵심은 제4조다.
- 제4조 제1항: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 제4조 제2항: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직)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입법 취지는 명확했다. "2년 쓰면 정규직으로 전환해라."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하기 위해 딱 1년 11개월 시점에 계약을 끊기 시작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채용하거나, 다른 이름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은 법 시행 이후에도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2025년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정부 통계 38.2%, 노동계 통계 41%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간제 근로자는 468만 명을 넘는다. 법이 노동자를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안정적인 비정규직'조차 막는 아이러니가 20년째 이어진 셈이다.
지금 왜 이 시점인가 — 이재명 발언의 맥락
4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 민주노총을 향한 사회적 대화 복귀 요청과 함께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맞교환하는 방식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이다.
기간제법 개편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정부가 노동 유연화의 실질적 양보로 기간제 계약기간 연장을 제시하고, 그 대가로 고용안전망 확충·경사노위 복귀를 이끌어내겠다는 구도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좌파 노동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경영계는 환영 입장이다.
개편 방향: 무엇이 바뀔 수 있나
현재 논의되는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 계약기간 연장(2년 → 3년 이상): 가장 유력한 방향. 기업이 숙련 비정규직을 더 오래 고용할 유인을 준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착화 우려가 따른다.
- 예외사유 확대: 현행법도 전문직·고소득자·고령자 등에는 2년 초과 사용을 허용한다. 이 예외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 전환 인센티브 강화: 기간 연장보다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보조금·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 노동계가 상대적으로 덜 반대하는 시나리오다.
노동부는 6월 실태조사 완료 후 노사정 논의를 거쳐 개정안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실제 국회 입법까지는 올해 하반기~2027년 초가 유력하다.
실무에서 지금 당장 주목할 포인트
아직 법이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도 변화의 신호가 확실히 켜진 만큼,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항목들이 있다.
인사담당자·사업주 체크리스트
- 현재 재직 중인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만료일 현황 파악 —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법 개정 타임라인과 맞춰볼 필요가 있다.
- '1년 11개월 관행' 재검토 — 갱신기대권(반복 갱신 시 정당한 이유 없는 계약 종료 불가) 법리가 이미 강화된 상태다. 단순 반복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로 판정될 수 있다.
- 무기계약 전환 대상 사전 확인 — 2년 초과 시 자동 무기계약 전환 규정은 현행법에 그대로 살아있다. 예외사유 소멸 여부를 정기 점검해야 한다.
- 실태조사 대상 가능성 검토 — 노동연구원이 1,500개 사업체를 조사한다.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협조 요청이 올 수 있다.
근로자 체크리스트
- 반복 갱신 이력 기록 — 계약서, 급여명세서, 업무지시 내역을 보관해 두면 갱신기대권 주장의 근거가 된다.
- 계약 종료 통보 시점 확인 — 계약 만료 통보 없이 근무를 계속했다면 묵시적 갱신이 인정될 수 있다.
- 법 개정 전후 적용 시점 주시 — 현재 계약 중인 경우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료 예정일 기준으로 현행법이 먼저 적용된다.
앞으로의 전망
기간제법 개편은 단순히 숫자 하나(2년 → 3년)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단적 격차 — 를 어느 방향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이다.
계약기간을 늘리면 기업은 더 오래 비정규직을 쓸 수 있게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고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정규직 고착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당하다. 반대로 지금처럼 2년 상한을 유지하면 '1년 11개월의 덫'은 계속된다.
6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논의의 방향이 구체화될 것이다. 하반기 노사정 협의 과정에서 노동계가 어떤 조건을 내세우느냐가 개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20년 된 법을 바꾸는 만큼, 그 결과는 지금 일하고 있는 모든 계약직 근로자의 고용 조건에 직접 영향을 준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간제법 개편이 확정되면 현재 계약 중인 근로자에게도 바로 적용되나요?
법 개정 시 통상적으로 소급 적용은 되지 않습니다. 개정법 시행일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됩니다. 현재 계약 중이라면 현행법(2년 상한)이 우선 적용됩니다.
Q. 지금도 2년 넘게 계약직을 쓸 수 있는 예외가 있나요?
있습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전문 자격 보유자, 55세 이상 고령자, 박사학위 소지자, 사업 완성 목적 채용, 육아휴직 대체 등의 경우 2년을 초과해도 무기계약 전환 의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사유가 소멸되면 그 시점부터 기간이 재산정됩니다.
Q. 1년 11개월 쓰고 계약 종료하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나요?
계약 만료는 원칙적으로 해고가 아닙니다. 하지만 반복 갱신으로 갱신기대권이 형성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반복 갱신 횟수, 업무 내용의 상시성, 사용자의 언동 등을 종합 판단합니다.
Q. 계약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무조건 좋은 건가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고용 기간이 늘어나 근로자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 신분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전환 유인과 차별 시정 실효성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노동부 실태조사 대상 사업체는 어떻게 선정되나요?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하며, 규모·업종·지역 등을 기준으로 1,500개 사업체를 표본 추출합니다.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협력 요청이 오며, 조사 자료는 통계 목적으로만 활용됩니다. 개별 사업체 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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