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다이브 목록
뉴스해설2026년 4월 7일뉴스룸

🎯 파업을 막으려면 법원에 가야 하나 — 삼성바이오 가처분이 던진 노동법의 경계선

바이오 공정 특수성 vs 헌법상 단체행동권, 법원이 그어야 할 선은 어디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최초 파업 위기에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라는 법적 카드를 꺼냈다. 노조법 제38조 제2항(원료 부패 방지 의무)을 근거로 한 이 신청은, 적법한 파업을 산업 특수성만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라는 노동법의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법원의 판단은 연속 공정 제조업 전체의 노사관계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쟁의행위#가처분#삼성바이오로직스#노조법#파업#노동법#필수유지업무#단체행동권

세포가 죽으면 수천억 원이 날아간다. 그래서 회사는 법원에 갔다. 하지만 노조는 묻는다 — "그 논리대로면 정유, 식품, 철강 노동자는 영원히 파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처음 맞닥뜨린 파업 위기. 회사가 꺼내든 카드는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법원이었다. 4월 1일, 인천지방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노사 분쟁을 넘어, 법원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3월 29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권자 3,678명 중 95.38%가 참여했고, 이 중 95.52%가 찬성했다. 5월 1일 전면 파업이 예고된 상황이다.

핵심 쟁점은 임금이다. 노조는 평균 14.3% 임금 인상,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3년간 자사주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6.2% 인상과 격려금 200%, 교대수당 확대를 제시했다. 격차가 크다.

이 상황에서 회사는 전면적 파업 금지가 아닌, '필수 공정'에 한정한 제한적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정 중 세포 배양과 정제 과정은 365일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데, 단 한 순간이라도 중단되면 세포가 사멸하고 단백질이 변질되어 수개월간 투입된 원료와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회사가 꺼내든 법적 근거 — 노조법 제38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제2항이다. 이 조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 제38조 제2항: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즉, 파업 중이라 하더라도 원료가 썩거나 시설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세포 배양 공정이 바로 이 '원료 부패 방지'에 해당한다는 것이 회사 측 논리다. 공정 중단 시 직접 손실액이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여기에 더해, 노조법에는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추가 조항들도 존재한다.

  • 제42조 제1항: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시설 등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행할 수 없다.
  • 제42조 제2항: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해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할 수 없다.

노조의 반론 — "그러면 누가 파업할 수 있나"

노조의 반격은 날카롭다. 핵심 논리는 두 가지다.

첫째, 헌법상 단체행동권 침해 주장.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한다. 노조는 이 가처분 신청이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 자체를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둘째, '원료 부패 방지' 논리의 확대 적용 우려. 노조는 "정유, 식품, 철강 등 연속 공정 산업에서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해당 산업 근로자들은 사실상 영원히 파업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박한다. 이 지적은 법리적으로 상당한 무게를 가진다. 제38조 제2항의 '부패 방지 작업'을 넓게 해석하면, 연속 공정을 가진 거의 모든 제조업에서 파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법원이 판단해야 할 3가지 포인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은 민사보전처분(민사집행법상 가처분)의 일종이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려면,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검토한다.

  1. 피보전권리의 존재 — 회사에게 쟁의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있는가? 노조법 제38조 제2항의 유지작업 의무가 이 근거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2. 보전의 필요성 — 가처분 없이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가? 세포 사멸로 인한 비가역적 손실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3. 이익형량(利益衡量) — 파업을 제한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침해되는 불이익을 비교 형량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하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는 '필수 공정'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결정적 쟁점이 된다. 회사가 말하는 '필수 공정'이 세포 배양·정제 단계에 국한되는지, 아니면 사실상 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겠다는 뜻인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사용자(회사) 측: 가처분 신청 시 '필수 공정'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모든 생산 중단 금지"처럼 포괄적으로 청구하면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법 제38조 제2항의 '부패 방지 작업'에 해당하는 공정을 기술적으로 소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노동조합 측: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그 범위 밖의 쟁의행위는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가처분 결정을 위반하면 간접강제(하루당 일정 금액 배상) 또는 형사 처벌(법원 결정 불이행) 위험이 있으므로 법률 자문이 필수다.
  • 필수유지업무와의 구분: 노조법 제42조의2 이하에서 규정하는 '필수유지업무'는 필수공익사업(전기, 가스, 수도, 병원, 대중교통 등)에만 적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필수공익사업이 아니므로,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도구는 제38조 제2항의 유지작업 의무에 한정된다. 이 구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 CDMO 산업의 특수성: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사 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 고객과의 계약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제3자 피해' 논리가 법원의 이익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사건이 만들 선례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처분 사건은 한국 노동법의 빈 칸을 채울 수 있는 사건이다. 기존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은 주로 위법한 파업(절차적 하자, 폭력 수반 등)에 대해 인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절차적으로 적법한 파업에 대해, 산업 특수성을 이유로 부분적 제한이 가능한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법원 앞에 놓았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연속 공정 산업에서 사용자의 가처분 신청이 줄을 이을 수 있다. 기각하면, 제38조 제2항의 유지작업 의무가 사실상 선언적 규정에 그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후속 영향이 크다.

4월 22일 노조 집회, 5월 1일 예정된 파업 개시일까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 그 결정이 한국 제조업 노사관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노무법인 위너스에서 사업장 맞춤 상담을 제공합니다.

무료 상담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