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 '사용자성' 판정 8전 8승 — 원청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이유
충남·서울·경북·인천 4개 지노위, 8건 전원 노조 승소 — 법의 설계와 증거 구조가 만든 '넓은 그물'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판정 8건이 모두 노조 승소로 끝났다. 법 조문의 '지배할 수 있는 지위'라는 넓은 요건, 용역계약서가 원청의 자백이 되는 증거 구조, 노조의 선별적 사건 제기가 8전 8승의 원인이다. 다만 안전 영역 한정, 교섭단위 분리 등 원청 방어선도 존재한다.
8번 싸워서 8번 졌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노동위원회에서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 나온 건수가 8건이다. 원청이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공기관이든 민간 대학이든, 포스코든 인천공항이든, 노동위 판정 테이블에 선 원청은 모두 졌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8건의 지도 — 누가, 어디서, 왜 졌나
4월 9일 기준,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공공 부문 (5건)
- 4월 2일, 충남지노위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4건 동시). 공공기관 용역 노동자의 안전관리 통제를 근거로 사용자성 인정.
- 4월 8일, 인천지노위 — 인천국제공항공사. 산업안전 분야에 한해 사용자성 인정, 교섭단위 3개 분리 결정까지 병행.
민간 부문 (3건)
- 4월 7일, 서울지노위 — 인덕학원(인덕대학교), 성공회대학교. 민간 최초 사용자성 인정. 대학이 용역업체 직원의 배치·감독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점을 인정.
- 4월 8일, 경북지노위 — 포스코. 산업안전 관련 교섭에 한해 사용자성 인정.
전적: 노조 8승 0패. 원청이 기각 결정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원청이 지는 구조적 이유 3가지
8건 모두 노조가 이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1. 법의 설계 자체가 '넓은 그물'이다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단서는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정의한다. 핵심은 '지배·결정'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지위'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지배했느냐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느냐를 본다.
파견법의 불법파견 판단보다 요건이 한 단계 낮다. 파견법은 '실질적 지휘·명령'이라는 직접적 행위를 요구하지만, 개정 노조법은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구조적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하다.
2. 용역계약서가 원청의 '자백'이 된다
8건 판정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증거가 있다. 용역계약서다. 계약서에 "갑(원청)의 안전관리 규정을 준수할 것", "갑의 지시에 따라 인력을 배치할 것"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으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증거가 된다.
대부분의 대기업·공공기관 용역계약서에는 이런 조항이 표준적으로 포함돼 있다. 원청이 하도급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수록, 역설적으로 사용자성 인정의 증거가 쌓이는 구조다.
3. 초기 사건의 '선별 효과'
시행 초기 교섭 요구 985건 중 노동위 판정까지 간 건은 8건뿐이다. 시정신청 159건 중 45%인 71건이 자진 취하됐다. 노조가 승산이 낮은 사건을 스스로 걸러내고, 증거가 탄탄한 사건만 밀어붙인 결과가 8전 8승이다. 향후 증거가 약한 사건이 판정대에 오르면 기각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원청이 방어할 수 있는 건 있는가
8건 판정을 분석하면,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에 한계선도 보인다.
- "산업안전 분야에 한해" — 포스코 판정과 인천공항 판정 모두 사용자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인사 등 핵심 근로조건이 아닌, 안전관리 통제 영역에 한정된 사용자성 인정이었다.
- 교섭단위 분리 — 포스코는 3개 노조별, 인천공항은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했다. 원청이 모든 하청 노조와 '통합 교섭'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지배·결정의 구체적 범위 —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요건이 있기 때문에, 형식적·추상적 관여만으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원청의 교섭의무는 "무한 책임"이 아니라 "통제한 만큼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 '통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용역계약서 점검이 급선무 — 안전관리, 인력배치, 업무지시 관련 조항이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증거가 되고 있다. 원청은 계약서의 통제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
- '안전' 교섭과 '임금' 교섭의 분리 — 현재까지 판정은 주로 안전 영역에 한정. 향후 임금·인사 영역으로 확장될지가 다음 쟁점
- 중앙노동위 재심 — 사용자성 인정에 불복하는 원청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재심 결과가 기준점이 된다
- 이의신청 273건의 행방 — 아직 판정을 받지 않은 사건이 대거 대기 중이다. 여기서 첫 '기각' 사례가 나올 수 있다
- 경영계 TF 대응 — 경총·대한상의 등이 구성한 공동 TF가 법 개정 로비를 병행하고 있어, 입법 차원의 변수도 주시해야 한다
첫 패배가 나오기 전까지는, 법의 무게가 기울어 있다
노란봉투법이 원청에 유리하게 해석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은, 법의 설계 의도가 그만큼 명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정 노조법 제2조는 "실질적 통제가 있으면 사용자 책임도 있다"는 원칙을 세웠고, 노동위원회는 그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8전 8승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증거가 약한 사건, 하청의 독자적 운영이 명확한 사건이 판정대에 오르면 기각 결정도 나올 수 있다. 그 첫 번째 기각이 나올 때, 비로소 사용자성 판단의 '마지노선'이 그려진다. 985건의 교섭 요구 중 아직 977건이 남아 있다. 진짜 전선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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