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9 비자로 왔는데 임금을 못 받았다 — 외국인 근로자가 체불 임금을 받아낸 판정례
이탈 신고를 무기로 한 해고, 계절근로자 임금 미지급 — 이긴 사건과 진 사건의 결정적 차이
월급날이 지나도 통장에 돈이 안 들어온다. 사장에게 물으면 "조금만 기다려"를 반복한다. 한국어가 서툰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에게 이 상황은 공포 그 자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상 사업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싸우다 잘리면 비자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체불을 '참는다'. 그런데 참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겼다.
월급날이 지나도 통장에 돈이 안 들어온다. 사장에게 물으면 "조금만 기다려"를 반복한다. 한국어가 서툰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에게 이 상황은 공포 그 자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상 사업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싸우다 잘리면 비자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체불을 '참는다'. 그런데 참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겼다.
사건 1 — 멸치 포장하러 왔는데, 임금 580만 원을 못 받았다
2021년, 중국 국적의 계절근로자 여러 명이 경남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멸치 포장 작업을 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자 회사는 이들을 내보냈다. 문제는 약속한 임금을 다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과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각하했다.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나 근로관계가 소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지급 임금 청구는 인정했다. 근로자 1인당 약 578만 원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가합100128 판결 (2023. 8. 25. 선고)
사건 2 —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용접공, 아파서 쉬었더니 해고당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한 용접공이 부산의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다니며 잠시 쉬었는데, 회사는 이를 이유로 그를 내보냈다. 근로자는 해고가 부당하며 밀린 임금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고등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건강상 이유로 잠시 쉰 것을 해고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고무효를 선언하면서 미지급 임금도 함께 인정했다.
부산고등법원 2025나10167 판결 (2025. 9. 25. 선고)
사건 3 — 이탈 신고를 당했는데, 그게 부당해고였다
가장 극적인 사건이다. 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주와 갈등을 빚자, 사업주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사업장 이탈' 신고를 해버렸다. 이탈 신고가 되면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다. 사실상 '비자를 무기 삼은 해고'였다.
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기각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기각했다. 그러자 근로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었다. 사업주의 이탈 신고는 실질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행위, 즉 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860 판결 (2025. 5. 16. 선고)
반대편 — 외국인 근로자가 진 사건도 있다
무조건 근로자가 이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업장을 이탈한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진다.
스리랑카 국적의 한 근로자가 약 2개월 반 동안 사업장에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고용계약을 해지했고, 근로자는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하지만 창원지방법원은 장기 무단이탈은 고용계약 해지의 정당한 사유라며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창원지방법원 2020나319 판결 (2021. 7. 8. 선고)
태국인 근로자가 해고를 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근로자 스스로 사업장을 이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전지방법원 2023가단228852 판결 (2024. 6. 12. 선고)
승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
이긴 사건과 진 사건을 비교하면 패턴이 보인다.
- 첫째, '누가 먼저 관계를 끊었느냐'가 핵심이다. 사업주가 이탈 신고를 하거나 일방적으로 내보낸 경우 → 부당해고. 근로자가 스스로 출근을 안 한 경우 → 청구 기각.
- 둘째, 체류자격은 임금 청구와 무관하다. 대법원은 이미 1995년에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도 사실상 근로를 제공했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못 박았다 (대법원 95누2050). 2006년에는 퇴직금과 최저임금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확인했다 (대법원 2006다53627).
- 셋째,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대구지방법원은 태국 국적 근로자에게 근로조건 서면 미교부, 연차미사용수당 미지급, 퇴직금 미지급을 한 사업주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2023고단1363). "외국인이니까 대충 해도 된다"는 건 착각이다.
실무에서 꼭 확인할 체크리스트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을 못 받았을 때
- ✅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출퇴근 기록 등 근로 제공 증거를 확보한다
- ✅ 고용노동부 진정(신고)을 넣는다 —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접수 가능하다
- ✅ 월 임금의 30% 이상이 2개월 이상 체불되면 사업장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외국인고용법 제25조)
- ✅ 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고소도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 ✅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구조를 활용한다 — 외국인 근로자 전담 창구가 있다
사업주가 주의할 점
- ✅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근로조건 서면 교부는 의무다 — 위반 시 벌금 500만 원 이하
- ✅ '이탈 신고'를 해고 수단으로 활용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 ✅ 퇴직 시 14일 이내 임금·퇴직금 정산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 ✅ 체류자격이 없다고 임금을 안 줘도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 줄 정리
비자가 불안정해도 임금 청구권은 흔들리지 않는다. 대법원은 30년 전부터 이 원칙을 지켜왔고,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이탈 신고를 무기로 한 사실상 해고'까지 잡아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라고 체불을 참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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