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대표 부당노동행위 고소 — 정부가 대주주일 때, 본사 이전은 '경영권'인가 '노동 사안'인가
11차 교섭 중 이사회 일방 의결,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터진 첫 대형 시험대
HMM 육상노조가 본사 부산 이전을 강행한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11차 교섭 중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정관 변경을 의결한 것이 핵심 쟁점이다.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이 '경영상 판단'도 교섭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본사 이전 반대 파업의 합법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5월 8일 임시주총이 분수령 — 총파업 충돌이냐, 교섭 재개냐.
11차례 교섭 끝에 돌아온 건 이사회 단독 의결이었다. HMM 육상노동조합이 4월 7일 최원혁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정식 고소했다. 쟁점은 단순한 본사 이전이 아니다. 정부가 지분 70%를 쥐고 있는 회사에서, 대주주의 정책 의지가 노사 교섭을 무력화할 때 그것은 '경영 판단'인가, '부당노동행위'인가 —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터진, 개정법의 첫 번째 대형 시험대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HMM(한국해양진흥공사 35.08% + 산업은행 35.42% = 정부 지분 70.5%)의 서울→부산 본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을 넘었다. 타임라인을 짚어보면:
- 2025년 12월~2026년 3월 — 노사 11차례 교섭 진행. 노조는 이전 시 통근·거주지 변경 등 근로조건 영향을 들어 합의 없는 이전에 반대
- 3월 30일 — 사측,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본점 소재지 서울→부산 변경' 정관 개정안을 의결. 온라인 회의로 전환해 강행
- 4월 2일 — 육상노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 "5월 8일 주총장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
- 4월 7일 — 최원혁 대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 배임 고발 검토 중
5월 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이 최종 확정되면 본사 이전은 법적으로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산업은행과 해양공사가 70%를 넘는 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통과는 사실상 기정사실이다.
왜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나
노조법 제81조 제3호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미루는 것)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한다. 육상노조의 논리는 세 가지다.
- 교섭 중 일방 의결 — 11차 교섭이 진행 중인데 이사회가 정관 변경을 의결한 것은 교섭의 실질적 거부에 해당한다
- 정부의 교섭 간섭 — 노조는 "정부 기관의 간섭으로 회사가 자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대주주인 산업은행·해양공사의 정책 압력이 사용자의 성실교섭의무(노조법 제30조)를 무력화했다고 주장
- 기만적 교섭 — 교섭 테이블에서는 대화를 진행하면서, 이사회에서는 기정사실화하는 '이중 태도'가 성실교섭 위반이라는 논리
노란봉투법이 바꾼 게임의 룰
이 사건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이른바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기존에 본사 이전은 '경영권'에 속하는 사안으로 분류돼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개정법은 노동쟁의의 정의를 확대했다:
-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만 노동쟁의
- 개정: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판단"도 교섭 대상에 포함
서울에서 부산으로의 본사 이전은 통근거리·거주지·가족 생활 전반을 뒤흔든다. 법조계에서는 "근무지 변경이나 거주 이전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계획이 수반된다면, 개정법상 의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HMM 노조가 본사 이전 반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합법적 쟁의행위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 사건은 HMM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정책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 교섭 중 일방 의사결정의 리스크 — 노사 교섭이 진행 중인 사안을 이사회가 먼저 의결하면, 교섭 해태로 판단될 수 있다. 교섭과 의사결정 타임라인을 분리하되, 교섭 결과를 반영하는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
- 대주주=정부일 때의 거버넌스 — 대주주가 정책 의지를 관철하더라도, 노사 교섭의 독립성을 형식적으로라도 보장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 고소의 빌미를 준다
- 개정 노조법하의 사업장 이전 — 본사·공장 이전 시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지 사전 검토가 필수. 통근 보조, 이주 지원금, 원격근무 대안 등 근로조건 보전 방안을 교섭 패키지에 포함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
- 파업 합법성 판단 변화 — 사업장 이전 반대 파업이 과거에는 '경영권 침해'로 위법 판단되었으나, 개정법 아래서는 합법 가능성이 열렸다. 사전 법률 검토 없이 징계에 들어가면 부당노동행위가 추가될 수 있다
5월 8일, 두 가지 시나리오
임시주총일인 5월 8일이 분수령이다.
시나리오 1 — 주총 강행 + 총파업: 산업은행·해양공사가 의결권을 행사해 정관 변경이 통과되고,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한다. HMM은 세계 7위 해운사로, 파업 시 물류 대란과 글로벌 해운 동맹 협력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 시가총액 18조 원의 민영화 일정도 꼬인다.
시나리오 2 — 교섭 재개 + 조건부 합의: 부당노동행위 고소와 파업 압박이 협상력으로 작용해, 이전 시기·조건에 대한 실질적 교섭이 재개된다. 이주 지원 패키지, 원격근무 병행, 단계적 이전 등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이 사건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경영권과 교섭권의 경계'가 어디까지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교섭 테이블 위에서 답을 찾을 것인가, 법정과 피켓 라인에서 답을 찾을 것인가 — 남은 한 달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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