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 요구 985건, 테이블에 앉은 건 0건 — 노란봉투법 한 달의 3중 병목
교섭단위분리 올스톱·판단지원위 기능부전·원청 공고 거부, 그 사이 사용자성 인정은 급확대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하청 노조 985개가 원청 367곳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 교섭이 시작된 곳은 0건이다. 교섭단위분리 신청의 절차 정지 효과, 판단지원위의 기능 부전, 원청의 공고 거부라는 3중 병목이 교섭을 막고 있다. 반면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은 공공 5건에서 민간(성공회대·인덕대)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섭 요구 985건. 실제 교섭 개시 0건.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의 성적표다. 하청 노조는 문을 두드리고 있고, 원청은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법은 시행됐는데, 교섭 테이블은 비어 있다. 무엇이 막고 있는 걸까?
985건 vs 0건 — 숫자가 말하는 현실
4월 6일 기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 교섭 요구한 하청 노조: 985개 (소속 근로자 14만 3,000명)
- 교섭 대상 원청: 367곳
-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31곳 (8.4%)
- 실제 교섭 개시: 0건
법은 원청에게 교섭 의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교섭 요구를 받은 367곳 중 91.6%가 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복수 노조가 있을 때 교섭 대표를 정하는 과정)가 완료된 곳도 없다.
3중 병목 — 왜 테이블이 열리지 않나
병목 1: 교섭단위분리 신청의 '올스톱' 효과
교섭단위분리(노조별로 따로 교섭하겠다는 신청)가 접수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전체가 정지된다. 3월 10일~30일 사이 접수된 교섭단위분리 신청만 114건. 이 중 상당수는 사용자 측이 신청한 것으로, 교섭 지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의 경우에도 경북지노위가 4월 3일 1차 심문을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추가 심문이 필요한 상황이다.
병목 2: 사용자성 판단지원위원회의 기능 부전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성 판단을 도와주는 판단지원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실적이 이렇다.
- 자문 접수: 65건
- 종결: 20건 (이 중 6건은 노동위원회 중복 사유로 자동 종결)
- 3월 5일 킥오프 회의 이후 후속 회의 미개최
노조가 판단지원위에 자문을 구하면서 동시에 노동위원회에도 신청하면, 자문 절차가 자동 종결된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병목 3: 원청의 공고 거부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이 가장 많이 쓰는 카드는 "사용자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367곳 중 공고를 한 곳은 31곳(8.4%)에 불과하다. 공고를 하지 않으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용자성 인정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교섭 테이블은 비어 있지만,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은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부문 (4월 2일, 충남지노위)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 한국원자력연구원
- 한국자산관리공사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 한국산업단지공단 (5번째)
민간부문 최초 (4월 7일, 서울지노위)
- 성공회대학교 — 민간 사업장 1호
- 인덕대학교 — 대학 노조 최초
- 한국공항공사
민간 사용자성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흥미롭다. 용역계약서에 "고용 유지", "인건비 낙찰률 이상 지급" 등을 명시한 서류, 복지포인트·명절 상여금·식비·건강검진비를 원청이 직접 지급한 증거가 결정타였다.
줄취하의 역설 — 무기를 고쳐 다시 오겠다
의외의 현상도 나타났다. 이의신청 268건 중 대량 취하가 발생한 것이다.
-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93건 중 49건 취하
-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17건 중 12건 철회
- 공공돌봄노조: 16건 전부 취하
이유는 "입증자료 부족 시 사용자성 불인정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취하한 노조들은 증거를 보강해서 재신청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법의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현장이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원청 기업: 교섭 요구 공고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될 수 있음.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늘면서 방어 전략만으로는 한계. 선제적 교섭 준비 검토 필요
- 하청 노조: 사용자성 입증 서류(용역계약서, 과업지시서, 원청 직접 지급 복리후생 내역) 확보가 핵심. 증거 없이 신청하면 역효과
- 인사담당자: 용역계약서에 임금·고용조건을 세세하게 적는 관행이 역으로 사용자성 인정 증거가 됨. 계약서 점검 시급
- 주의할 부메랑: 사용자성 회피 목적으로 복리후생비 지급 중단, 서류 증거 삭제 등을 시도하면 법적 리스크가 오히려 커질 수 있음
법은 시행됐다, 교섭은 아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법의 실효성을 묻기엔 아직 이르다. 교섭단위분리 심문, 사용자성 판정,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 복수의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법이 현장에 착지하기까지의 '제도적 시차'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방향은 선명하다. 사용자성 인정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대되고, 포스코가 7,000명 직고용을 선언하는 사이, 원하청 구조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건 시간문제다. 문제는 준비된 기업과 준비되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 노동절이 빨간날 됐다 — 5월 1일 사업장 체크리스트: 취업규칙 정비, 휴일수당, 휴일대체 3가지
63년 만에 공휴일이 된 노동절, 사업장이 4월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할 3가지 실무 조치
뉴스해설🎯 포스코, 하청 7000명 직고용 — 노란봉투법 한 달 만에 터진 '게임 체인저'
15년 소송 28건, 대법원 불법파견 확정…원하청 구조 전환의 신호탄
뉴스브리핑📌 [2026.4.8] 노동뉴스 브리핑 — 포스코, 하청 7000명 직고용 파격…노란봉투법 1개월 판도 흔든다
포스코 직고용 결단 + 노란봉투법 교섭요구 985건·테이블 0건 + 오픈AI 로봇세·주4일제 제안
노동법🎯 성과급 지급규정, 이대로 괜찮은가 — 퇴직금 리스크를 줄이는 임금규정 재설계 3단계
삼성·SK 대법원 판결이 보여준 명암, 우리 회사 규정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