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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2026년 4월 13일뉴스룸

🎯 서울 버스 파업이 보여준 공공부문 임금교섭의 구조 — 조정이 끝나도 협상이 끝나지 않는 이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거부 후 파업 돌입까지 — 공공 교통 노조의 임금 산정 구조와 쟁의 절차의 민낯

서울 시내버스 파업(2026년 1월)은 노동위원회 조정안(0.5%)이 거부된 뒤 파업을 거쳐 2.9% 인상으로 타결됐다. 이 과정은 공공부문 임금교섭에서 조정 절차가 형식적 관문에 그치고, 파업이 실질적 교섭 레버리지로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준공영제 하에서 실질적 비용 부담자인 서울시와 통상임금 재산정이라는 시한폭탄까지 겹쳐, 이 갈등 구조는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버스파업#임금교섭#조정전치#준공영제#통상임금#노동위원회#공익사업#쟁의행위

서울 시내버스 7,000대가 이틀간 멈췄다. 64개 버스회사, 조합원 18,700명이 참여한 2026년 1월 파업은 '2.9% 임금 인상'으로 마무리됐다. 숫자만 보면 평범한 타결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은 0.5%였고, 노조는 그걸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으며, 파업 이후 다시 열린 협상에서 2.9%에 합의했다. 조정 절차가 끝났는데도 진짜 협상은 파업 이후에 시작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 파업까지의 타임라인

이번 서울 버스 파업의 전체 경과를 짚어보면, 교과서적인 노동쟁의 절차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드러난다.

  • 2025년 5월~12월 —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요구. 사측(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과 수차례 교섭했으나 결렬 반복. 노조는 준법투쟁(정시 출퇴근, 초과근무 거부)으로 압박
  • 2025년 10월 29일 — 서울고등법원,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인정. 노사 양측 모두 상고
  • 2025년 12월 24일 — 노조, 2026년 1월 13일 파업 예고 발표
  • 2026년 1월 초 —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조정 절차 개시. 공익사업(여객운수업)이므로 조정기간 15일 적용
  • 1월 12일 — 지노위, 최종 조정안 제시: 기본급 0.5% 인상 + 정년 1년 연장. 노조, 지부장 회의 후 '수용 불가' 통보
  • 1월 13일 새벽 1시 30분 — 막판 교섭 결렬. 첫차부터 전면 파업 돌입
  • 1월 14일 오후 3시 — 서울지노위 사후조정(事後調停) 개시. 약 9시간 마라톤 협상
  • 1월 14일 밤 11시 55분 — 기본급 2.9% 인상, 정년 65세 연장, 명절수당 65만 원, 노사정 TF 구성에 합의. 파업 철회
  • 1월 15일 첫차 — 정상 운행 재개

정리하면 이렇다. 조정에서 나온 0.5%는 거부됐고, 파업 이후 나온 2.9%가 최종안이 됐다. 조정 절차가 형식적 관문에 그친 셈이다.

왜 조정안은 무시되고 파업 후에야 합의가 되는가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5조는 '조정 전치주의'(쟁의행위 전에 반드시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를 규정한다. 일반사업은 10일, 공익사업은 15일의 조정기간이 주어지며, 이 기간 중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같은 법 제54조). 시내버스는 여객운수업으로 공익사업(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므로 15일 조정기간이 적용된다.

여기서 핵심적인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1. 조정안에 구속력이 없다 — 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은 권고에 불과하다. 노사 어느 쪽이든 거부하면 조정은 종료되고, 그때부터 쟁의행위가 합법화된다. 중재(仲裁)와 달리 조정안 수락을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
  2. 조정기간은 '쿨링오프' 역할을 하지 못한다 — 이론적으로 조정기간은 양측이 냉정하게 합의점을 찾으라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양측 모두 '조정 기간을 넘기면 파업할 수 있다'는 법적 요건 충족에 더 관심이 있다.
  3. 파업이 진짜 교섭 레버리지 — 0.5%에서 2.9%로 뛴 건 노동위원회의 조정 덕분이 아니라, 실제로 버스가 멈추자 서울시와 사측이 양보한 결과다. 파업이라는 압박 없이는 임금교섭에서 실질적 진전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준공영제라는 특수한 임금 구조

서울 버스 파업을 이해하려면 준공영제(버스 노선과 운행은 공공이 관리하고, 민간 회사가 실제 운행하며, 적자는 지자체가 보전하는 체계)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민간 기업이라면, 임금 인상의 재원은 회사 매출에서 나온다. 회사가 돈을 못 벌면 인상 폭이 줄어들고, 노조도 그걸 감안해 협상한다. 그런데 준공영제 버스는 다르다.

  • 수입은 서울시가 관리한다 — 요금 수입이 한 곳에 모이고, 표준운송원가(인건비+연료비+정비비+감가상각 등)를 기준으로 회사에 배분된다
  • 적자는 서울시가 메운다 — 2021~2025년 연평균 적자 6,672억 원. 이 중 약 6,000억 원을 서울시 재정으로 보전
  • 인건비가 올라가면 서울시 보조금이 늘어난다 — 기본급 1% 인상 시 연간 약 100억 원의 추가 지원금 발생. 이번 2.9% 인상으로 약 300억 원 추가 소요

이런 구조에서는 버스 회사가 임금 인상을 강하게 거부할 동기가 약하다. 어차피 비용은 서울시가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질적 협상 상대는 버스 회사가 아니라 서울시다. 노조가 파업으로 압박하는 대상도 사실상 서울시인 셈이다.

통상임금이라는 시한폭탄

이번 파업의 표면적 쟁점은 기본급 인상률이었지만, 진짜 뇌관은 통상임금(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었다.

경과를 보면 이렇다.

  1. 2024년 12월 —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에서 '고정성' 요건 폐기.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
  2. 2025년 10월 — 서울고등법원, 동아운수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인정. 다만 노조 청구액의 44.5%만 인용
  3. 노조 입장 — 통상임금 기준시간을 월 176시간으로 적용하면 기본적으로 12.85% 인상 효과. 여기에 기본급 추가 인상 요구
  4. 사측 입장 — 통상임금 기준시간을 월 209시간으로 적용하면 10.3% 인상. 176시간 인정 시 16.4%까지 인상 가능하다고 역제안

현재 양측 모두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상고한 상태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임금 인상은 별도로 진행된다. 일부 분석에서는 상여금까지 완전히 반영될 경우 실질 인상률이 19~20%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서울시 추가 지원금은 5,0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번 서울 버스 파업은 공공부문 임금교섭의 전형적 패턴을 보여준다. 비슷한 구조의 사업장(공공기관, 준공영제 사업, 지자체 출자기관 등)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이슈다.

  • 조정 전치는 요건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 노동위원회 조정은 합법적 파업을 위한 절차적 요건이다. 조정안이 나왔다고 해서 협상이 끝났다고 보면 안 된다. 조정 실패 후 파업, 그리고 파업 중 재교섭이 실질적 합의의 경로라는 점을 인사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 통상임금 판결의 후속 파장을 대비하라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고정성' 요건이 폐기된 이상,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던 사업장은 모두 재산정 리스크가 있다.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임금 항목을 재점검해야 한다.
  • 공익사업 쟁의행위의 절차 요건을 확인하라 — 공익사업은 조정기간 15일(일반사업 10일), 필수유지업무 협정(노동조합법 제42조의2~6) 등 추가적인 절차 요건이 있다. 이를 충족하지 않은 쟁의행위는 위법할 수 있으므로, 노사 모두 절차 준수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 준공영제 사업장은 '실질적 사용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라 — 교섭 테이블에는 버스 회사가 앉지만, 재원을 쥔 건 서울시다. 이런 3자 구조에서는 노조의 실질적 교섭 상대와 법적 교섭 상대가 다를 수 있다. 원청·발주처·지자체가 임금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개정안) 통과 시 교섭 의무 확대와 맞물릴 수 있는 지점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서울 버스 파업은 이틀 만에 끝났다. 하지만 이 파업이 드러낸 구조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매년 6,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준공영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수천억 원이 추가될 수 있는 임금 구조. 권고에 그치는 조정 절차와, 파업이 사실상 유일한 교섭 레버리지인 현실. 이 모든 것이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반복될 수 있다.

노사정 TF 구성이 합의 내용에 포함된 건 그나마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핵심은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버스 회사인가, 서울시인가, 요금을 내는 시민인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는 한, 조정이 끝나도 협상은 끝나지 않는 구조는 계속된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노동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하고 파업할 수 있나요?

네. 조정안은 권고 사항이며 당사자를 구속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법상 조정 절차가 종료되면(조정 거부 포함) 쟁의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수공익사업장(버스 포함)은 노동조합법 제42조의2에 따라 필수유지업무를 정상 운영해야 합니다.

Q. 준공영제 버스회사에서 임금을 어떻게 결정하나요?

준공영제 하에서 버스 운송수익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하는 구조입니다. 임금 인상분도 결국 공공재원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단체교섭과 별도로 지자체와의 재정 협의가 병행됩니다. 이로 인해 조정안과 실제 타결액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Q. 통상임금 재산정이 버스 파업과 연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일괄 재산정됩니다. 버스 운전직은 야간·휴일 근무 비중이 높아 통상임금 기준이 바뀌면 임금 총액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후 이 리스크가 교섭 쟁점으로 부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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