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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2026년 4월 13일뉴스룸

🎯 비정규직 보호의 역설 — 한국만 '기간 제한'에 매달리는 동안, 독일·프랑스·일본은 다른 길을 걸었다

같은 문제, 전혀 다른 처방전. 사용사유 제한(독일), 상시업무 투입 금지(프랑스), 5년 무기전환권(일본) — 세 나라의 설계가 한국 개편에 던지는 질문

독일(사용사유 제한), 프랑스(상시업무 투입 금지+종료보상금), 일본(5년 무기전환신청권) — 같은 비정규직 문제를 세 나라는 전혀 다른 규제 도구로 풀었다. 한국만 유독 '기간 상한'이라는 단일 도구에 20년간 매달린 결과, 2년을 3년으로 늘려도 구조적 공백은 그대로라는 점을 해외 비교를 통해 짚는다.

#해외노동법#사용사유제한#TzBfG#CDD#무기전환신청권#규제설계#노동시장이중구조#고용보호

2년. 이 숫자 하나가 534만 명의 고용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한국의 기간제법은 20년간 오직 '기간 상한'이라는 하나의 도구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같은 문제를 안고 있던 독일, 프랑스, 일본은 전혀 다른 처방전을 썼다. 왜 한국만 유독 기간 제한이라는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걸까.

같은 고민, 네 갈래 길

선진국이라면 어디든 비슷한 딜레마가 있다. 기업에 유연성을 주면 근로자가 불안정해지고, 근로자를 보호하면 기업이 채용을 꺼린다. 이 줄다리기에서 각국이 선택한 규제 설계는 놀라울 만큼 달랐다.

한국은 '기간 상한'만 걸었다. 기간제법 제4조 — 2년을 초과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한다. 왜 기간제를 쓰는지는 묻지 않는다. 사유가 무엇이든 2년 안에서는 자유, 2년이 넘으면 전환. 이 단순한 이분법이 '1년 11개월 교체'라는 탈법을 낳았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했을까.

독일 — "왜 기간제를 쓰려고 하십니까"

독일의 단시간·기간제법(TzBfG) 제14조는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려면 먼저 사유(Sachgrund)를 대라고 요구한다. 법에서 인정하는 사유는 8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 업무의 일시적 필요(voruebergehender betrieblicher Bedarf)
  • 직업훈련·학업 후의 연결 고용
  • 다른 근로자의 대체(Vertretung)
  • 업무의 특수성(Eigenart der Arbeitsleistung)
  • 시용(Erprobung)
  • 근로자 개인 사정에 의한 사유
  • 예산이 일시적으로 배정된 공공부문 직위
  • 법원 조정에 의한 경우

이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만 기간제 계약이 유효하다. 사유가 있으면 기간 상한 없이 갱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한국과 정반대다.

사유 없이도 기간제를 쓸 수 있는 예외적 경로가 있긴 하다. 다만 최대 2년, 3회 갱신이 한도이며, 같은 사용자와 이전에 고용관계가 있었다면 사유 없는 기간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즉, 한국처럼 '2년 쓰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기간제로 채용'하는 회전문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핵심 설계 철학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얼마나 오래'를 규제하고, 독일은 '왜'를 규제한다.

프랑스 — "상시 업무에 기간제를 쓰는 것 자체가 위법"

프랑스는 독일보다 한 걸음 더 나간다. 기간제 계약(CDD, Contrat a Duree Determinee)은 원칙적으로 예외적 고용형태로 취급된다. 노동법전(Code du travail) L1242-1조는 이렇게 못 박는다 — "CDD는 기업의 일상적이고 항구적인 활동에 연결된 직위를 영속적으로 충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허용되는 사유도 엄격하다.

  1. 결원 대체 — 출산휴가·병가·파견 등으로 빠진 정규직의 대체
  2. 일시적 업무량 증가(accroissement temporaire d'activite)
  3. 계절적·관행적 업무(emploi saisonnier / emploi d'usage) — 호텔업, 공연업 등 업종이 한정

기간도 원칙적으로 최장 18개월(수출주문·해외근무 등 특수 사유 시 24개월)이며, 계약 종료 후 같은 직위에 다시 CDD를 쓰려면 대기기간(delai de carence)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기기간은 이전 계약 기간의 1/3 이상이다. 14개월 계약이 끝나면 최소 약 5개월은 같은 자리에 CDD를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하나 더. CDD가 종료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계약종료보상금(indemnite de fin de contrat)을 지급해야 한다. 보통 총 보수의 10%다. 기간제를 쓰는 것 자체에 비용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일본 — "5년이 지나면, 근로자가 선택한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기간제 사용에 별다른 법적 규율이 없었고, 2012년 노동계약법 개정으로 제18조에 무기전환신청권(無期転換申込権)을 신설했다.

구조는 이렇다. 동일 사용자와의 유기(기간제) 계약이 통산 5년을 초과하여 반복 갱신되면, 근로자가 신청하는 것만으로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 한국의 자동 전환(2년 초과 시)과 달리, 근로자의 신청권으로 설계한 점이 다르다.

다만 일본도 탈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년 직전에 계약을 끊는 이른바 '고용지메(雇い止め)'가 사회 문제가 됐고, 이에 대응해 노동계약법 제19조에서 고용지메 법리(雇止め法理)를 성문화했다. 반복 갱신되어 실질적으로 무기계약과 다름없는 경우, 또는 갱신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일방적 계약 종료가 제한된다. 한국의 갱신기대권 법리와 사촌 격이다.

세 나라의 공통점이 보여주는 것

독일·프랑스·일본의 접근은 디테일이 다르지만, 공유하는 원칙이 있다.

  • 사유 통제 — 독일과 프랑스는 '왜 기간제를 쓰는가'를 규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상시 업무에 기간제를 쓰는 것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기간 상한과 무관하게 남용을 억제한다.
  • 회전문 차단 — 독일의 '동일 사용자 재고용 금지', 프랑스의 '대기기간 의무'는 모두 '쓰고 버리고 다시 쓰기'를 구조적으로 막는 장치다.
  • 기간제 사용의 비용화 — 프랑스의 계약종료보상금(10%)은 기간제를 쓸수록 비용이 올라가도록 설계했다. 정규직 채용이 경제적으로 더 합리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한국의 기간제법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빠져 있다. 사유를 묻지 않고, 회전문을 막을 명시적 장치가 없으며(판례상 갱신기대권은 있으나 법률상 재고용 금지 조항은 부재), 기간제 사용 자체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유일한 규제 수단인 '2년 상한'에 모든 하중이 실린 결과, 그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탈법이 일상화된 셈이다.

개편 논의에 빠져서는 안 될 질문

고용노동부가 6월까지 사업체 1,500곳·근로자 4,000명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하반기에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 논의 테이블에서 짚어야 할 포인트가 있다.

  • 기간을 늘리면 해결되는가 — 2년을 3년으로 바꾸는 것은 숫자 교체일 뿐, '왜 기간제를 쓰는가'를 묻지 않는 구조적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 독일·프랑스가 기간보다 사유를 먼저 규율한 이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 회전문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프랑스식 대기기간 의무, 독일식 동일 사용자 재고용 금지 중 한국 현실에 맞는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 법률상 명시적 장치 없이 판례에만 의존하는 현행 구조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 기간제 사용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재설계할 것인가 — 프랑스식 종료보상금까지는 아니더라도, 기간제 남용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향(사회보험료 차등, 고용부담금 등)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업종·직무별 차등 적용의 기준 — 프로젝트형 업무와 단순 반복 업무를 같은 잣대로 규율하는 것이 적절한지, 프랑스의 CDD d'usage(업종별 관행 계약)처럼 분야별 규율을 세분화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규제의 도구를 바꿔야 결과가 바뀐다

20년간 한국의 기간제 규제는 '기간 상한'이라는 단일 도구에 의존했다. 그 결과 534만 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생겼고, '1년 11개월 교체'가 관행이 됐다. 같은 도구를 '3년 상한'으로 업그레이드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독일은 사유를, 프랑스는 사유와 비용을, 일본은 전환권과 해고 제한을 조합했다. 어떤 나라도 기간 하나만으로 문제를 풀지 않았다. 한국의 개편 논의가 '몇 년으로 할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고, '어떤 규제 도구를 조합할 것인가'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실태조사가 끝나는 6월, 그리고 노사정 대화가 본격화될 하반기가 분수령이 된다. 534만 명에게 실질적 보호가 닿으려면, 20년간 의존해 온 외나무다리를 내려놓고 복합적인 규제 설계로 전환할 용기가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한국도 독일처럼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해야 하나요?

독일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기간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한국의 2년 기간 제한은 '2년 쓰고 내보내기'를 구조적으로 허용해 왔습니다. 사용사유 제한은 비정규직 보호의 실질적 강화 방안이지만, 기업 경영의 유연성과의 균형이 핵심 쟁점입니다.

Q. 일본의 5년 무기전환권 제도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일본 노동계약법 제18조에 따라 기간제 계약이 반복 갱신되어 통산 5년을 초과하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무기계약 전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2년 무기전환과 달리 근로자의 신청권으로 설계되어 있어 전환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Q. 프랑스의 '상시업무 투입 금지' 원칙이란 무엇인가요?

프랑스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일시적 성격의 업무에만 허용합니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를 투입하면 계약 자체가 무기계약으로 간주됩니다. 이는 한국의 단순 기간 제한과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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